부동산 침체로 PF대출 연체율 급등
금감원 "대손충당금 2.5배 늘려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을 경쟁적으로 늘렸던 저축은행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PF대출 연체율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급기야 워크아웃 PF대출의 대손충당금을 내년까지 2.5배 이상 늘리라고 지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17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워크아웃 PF대출의 대손충당금을 올 12월까지 15%,내년 12월까지 25%로 늘리도록 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최근 전국 저축은행들에 보냈다.

저축은행들의 PF대출 연체율이 심각한 수준에 이른 데다 일부 저축은행들이 워크아웃 PF대출 제도를 '연체율을 떨어뜨리는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저축은행 업계의 PF대출 연체율은 2006년 6월 말 5.7%에 그쳤으나 2006년 말 10.4%,지난해 6월 12.1%,지난해 말 12.4%로 계속 높아졌다.

저축은행들은 지난해 6월부터 'PF대출 공동 자율워크아웃 협약'이란 이름으로 워크아웃에 포함된 여신에 대해서는 3개월 이상 연체되더라도 최대 2년간 요주의 채권으로 분류,연체대출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워크아웃에 들어간 PF대출을 '요주의'로 분류하면 아파트의 경우 대출액의 7%,상가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의 경우 대출액의 10%를 대손충당금으로 쌓으면 됐다.

그러나 올해 말에는 아파트 상가 구분없이 워크아웃 PF대출액의 15%,내년 말에는 25%를 대손충당금으로 적립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저축은행의 전체 PF대출 규모는 4월 말 12조4000억원이었다.

이 중 워크아웃에 포함된 PF대출 규모는 지난해 말 8300억원이었으며 현재는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워크아웃 PF대출 규모를 1조원이라 가정하면 대손충당금 규모가 700억~1000억원에서 올해 말에는 1500억원,내년 말에는 2500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돼 워크아웃 PF대출이 정상화되는데 시간이 더 걸리고 있다"며 "저축은행들의 손실 흡수능력을 제고하고 워크아웃을 악용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대손충당금을 늘리는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축은행들이 이미 1000억원 상당의 대손충당금을 쌓았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영업에 큰 차질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내년 말까지 추가로 더 쌓아야 하는 금액 1500억원은 업계 전체 순이익의 25%에 해당하는 거액이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경기 침체에 따라 저축은행의 향후 순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부담스러운 금액"이라며 "금감원이 전체 대출에서 PF대출 비중을 30% 이하로 줄이라고 한 상황에서 이번 조치까지 내려지게 됨에 따라 저축은행 업계 전체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태훈/정인설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