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 아파트 79㎡(24평)형에 살던 기혼 직장인 김씨(33)는 지난달 집을 팔고 같은 단지 109㎡(33평)형을 4억원에 매입했다.

집값은 기존 아파트 매도가격 3억원에 저축해서 모은 돈과 대출금을 더해 마련했다.

지난해 아이가 생긴 후 넓은 집으로 옮기려고 했던 차에 79㎡형과 109㎡형의 가격 차이가 올초 1억2000만원에서 지난달 1억원으로 떨어지면서 '결단'을 내렸다.


17일 현지 중개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서울 및 수도권의 소형아파트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르면서 같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 중.대형으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

자녀교육이나 출퇴근 문제 등으로 인해 멀리 이사를 가기 힘든 소형아파트 거주자들이 소형과 중.대형 간 가격차이가 좁혀진 틈을 타 넓은 집으로 옮기고 있는 것.

중.대형으로 갈아타기는 서울에서는 강북과 서남부권 등 올 들어 소형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지역일수록 활발하다.

관악구 봉천동 일대 아파트 66~98㎡(20평대)는 신혼부부들이 주로 찾는 반면 99~131㎡(30평대)와 132~164㎡(40평대)는 같은 단지 내 거주자들이 많이 찾는 추세다.

동아아파트 인근 J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동아아파트 109㎡형에 살던 한 주민은 지난달 말 86㎡(26평)형에 살던 주민한테 집을 팔고 자신은 142㎡(42평)형으로 옮겨 갔다"며 "99㎡ 이상 주택형을 찾는 고객 가운데 절반가량은 같은 아파트 주민"이라고 말했다.

성북구 돈암동 한신.한진 아파트는 최근 아파트 거래의 30~40%가량이 단지 내 이주 수요로 추정되고 있다.

이곳 W공인중개소 관계자는 "한신.한진 아파트는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인근에 있어 주민들이 보통 10년 이상 살기 때문에 갈아타기를 한 집이 많다"고 전했다.

집값이 전반적으로 약세인 서울 강남에서도 중.대형 갈아타기가 눈에 띄고 있다.

소형아파트는 올 들어 보합인 반면 중.대형 아파트 가격은 급락해서다.

서초구 잠원동 강변아파트에서는 지난달 한 주민이 89㎡(27평)형을 6억3000만원에 팔고 102㎡(31평)형을 7억8500만원에 사서 이사했다.

일부 주민들은 선매수.후매도로 큰 시세차익을 거두기도 한다.

성북구 돈암동 W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발빠른 주민들은 올초 소형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기 전에 중형을 먼저 사고 자신들의 집은 가격이 크게 오른 다음에 팔았다"며 "중형 가격도 뒤따라 올라 이중으로 이익을 본 셈"이라고 말했다.

임도원/박종서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