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파고를 넘어라."

인플레이션이 주식시장의 화두가 되고 있다.유가와 곡물가격 상승에서 비롯된 물가오름세가 지속되면서 조정을 받은 국내 주식시장은 좀처럼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증권사들은 인플레이션 시대를 넘어설 수 있는 투자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전체 시장은 좋지 않더라도 자산주,대체 에너지관련주,실적이 유가에 연동되지 않은 업체 등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지수는 박스권 벗어나지 못할 듯

성진경 대신증권 연구원은 "130달러가 넘은 현재 유가수준만으로도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소비를 위축시키는 수준에 와 있다"며 "이는 예상됐던 금리인하 등의 이벤트를 기대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에 상승동력은 찾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따라서 당분간 주가는 연중 고점이었던 1900선에 다가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김학균 한국증권 연구원도 "유가급등으로 주식시장이 이미 조정을 받았지만 국내 주식시장은 인플레이션의 압력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외국인투자자들의 증시이탈로 이어지고 있는 것도 악재다.외국인들은 6월 들어 2조원이 넘는 주식을 순매도했다.인플레이션은 위험자산에 대한 회피로 이어지기 때문에 자산별로는 주식,지역별로는 신흥국의 타격이 더 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자산주ㆍ시장 주도종목 주목

삼성증권 오현석 투자전략 파트장은 "인플레이션 시대에 실물자산이 헤지 수단이 될 수 있으며 이런 차원에서 유형자산이 많고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이 투자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이런 기업 중 자산가치 대비 주가가 현저하게 저평가돼 있는 기업으로 LG마이크론 롯데쇼핑 한솔제지 세아베스틸 풍산 등을 꼽았다.

이주호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향후 유형자산 개발 가능성이 높고 수익성 개선이 동시에 이뤄지는 종목은 인플레이션 시대의 훌륭한 투자대안이 될 수 있다"고 권고했다.이 같은 종목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안팎에 그치고 있는 효성 넥센타이어 세방 대한제당 등을 꼽았다.

원자재가격 상승을 판매가격에 전가시킬 수 있는 시장 지배력을 갖춘 종목도 대안으로 꼽힌다.삼성증권은 이런 시장 지배력을 갖추고 동시에 올해 실적개선이 예상되는 업체로 KT&G 동양제철화학 성광벤드 에스원 등을 추천했다.

가격결정력을 갖춘 음식료 업종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한화증권 김혜린 연구원은 "음식료업종은 필수소비재 성격을 갖고 있어 원가상승을 가격에 전가하고 있다"며 업종대표주인 오리온 CJ제일제당 등을 지목했다.

◆유가상승 수혜주 눈여겨볼 만

유가상승에 대처할 종목으로는 자원개발주와 원자력발전 및 대체에너지 관련주 등이 꼽힌다.

이승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원자력발전 비중 확대를 고려하고 있어 국내 원자력발전 설비를 독점 공급하고 있는 두산중공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또 해외자원개발을 통해 기업가치 향상이 예상되는 가스공사 대우인터내셔널 LG상사 대성산업 등도 인플레이션 시대에 대처할 수 있는 기업으로 꼽혔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원자력 풍력 태양광 하이브리드카 바이오연료 등 대체에너지 관련주도 관심을 모을 것으로 전망했다.김동준 연구원은 "국내 시장에 특별한 주도주가 부상하지 못하면서 고유가와 이산화탄소 감축 이슈로 관련주가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원자력 관련주는 두산중공업과 함께 발전보조설비 전문업체인 범우이엔지를,풍력발전 업체로는 풍력발전용 윈드타워 세계 1위업체인 동국S&C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동국산업과 풍력발전 기자재업체로 변신하고 있는 유니슨과 평산 등을 꼽았다.

이와 함께 태양광 관련주는 동양제철화학 이건창호 주성엔지니어링에 주목하라고 권고했다.이 밖에 하이브리드카 개발로 관심을 받고 있는 2차 전지업체인 LG화학 삼성SDI 엘앤에프 등도 고유가시대에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