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날두의 날카로운 창이 체흐의 두터운 방패를 또 뚫었다'

포르투갈 축구대표팀의 `득점기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3.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2008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8)에서 성사된 체코의 골키퍼 페테르 체흐(26.첼시)와 리턴매치에서 또 한번 웃었다.

12일 새벽(한국시간) 유로2008 초반 빅매치 중 하나인 포르투갈-체코 간 A조 2차전이 열린 스위스 제네바 스타드 드 제네바 경기장.
대회 첫 우승에 도전하는 포르투갈과 동구권의 강호 체코는 나란히 개막전 승리로 1승씩을 챙겨 이날 맞대결이 8강 직행을 사실상 결정짓는 중요한 한판이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체코가 6위로 포르투갈(11위)보다 다섯 계단 높고 상대전적에서도 4승3무3패의 박빙 우위를 점했지만 포르투갈에는 해결사 호날두가 있었다.

이탈리아 대표팀의 잔루이지 부폰(30.유벤투스), 네덜란드의 에드윈 판데르사르(38.맨유) 등과 함께 세계 정상급 골키퍼로 꼽히는 `거미손' 체흐는 눈부신 선방에도 끝내 호날두의 창끝을 피하지는 못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최장시간(1천25분) 무실점 기록 보유자인 체흐는 정규리그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모두 호날두를 앞세운 맨유에 내준 아픔이 남아 있다.

체흐는 호날두와 이날 창과 방패 대결이 8강 직행 주인을 판가름하는 경기여서 어깨가 무거웠다.

초반에는 체흐의 완승이었다.

호날두가 전반 세 차례 슈팅을 날리고도 모두 체흐의 선방에 막힌 것.
호날두는 24분 드리블로 중앙을 돌파한 뒤 20여m 전방에서 수비수 숲 사이로 대포알 같은 중거리슛을 날렸지만 체흐의 견고한 방패를 뚫지 못했다.

이어 41분 아크 정면에서 날린 왼발 무회전킥과 45분 왼쪽 프리킥 찬스에서 때린 오른발 슈팅도 체흐에게 잡혔다.

양팀이 전반을 1-1로 마쳐 체흐의 판정승으로 끝날 것 같던 승부의 추는 후반 들어 호날두 쪽으로 급격하게 기울었다.

호날두는 후반 18분 수비수 한 명을 제치고 오른쪽 측면으로 침투한 데쿠로부터 낮은 땅볼 패스를 받아 감각적인 오른발 슛으로 왼쪽 골문을 갈랐다.

체흐는 방향을 직감하고 몸을 던졌지만 공이 왼쪽 골문 모서리 쪽으로 빨려드는 바람에 손을 쓰지 못했다.

호날두는 후반 인저리타임에도 로빙패스를 받은 뒤 체흐와 1대 1로 마주한 상황에서 여유있게 왼쪽 땅볼 패스로 히카르두 콰레스마의 쐐기골을 어시스트했다.

결승골을 수확하고 쐐기골을 이끌어내 1골 1도움을 기록한 호날두는 3-1 승리에 일등공신이 됐다.

반면 체흐는 정규리그.챔피언스리그 우승 좌절에 이어 조국의 명예를 걸고 싸운 유로2008 조별리그 외나무 다리 대결에서도 호날두에게 결승골을 헌납하는 악연을 떨쳐내지 못했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