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에 휩싸인 바다에서 방향타를 놓아버린 배마냥 우리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고유가와 경기 침체의 공포가 몰아치고 있는데도 우리는 촛불 시위와 정권 내부의 권력 투쟁,자기 입장만 내세우는 집단 이기주의로 '풍전등촉(風前燈燭, 바람앞의 촛불)'의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국제유가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오일 쇼크에 버금가는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환율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어지럽게 널을 뛰는 양상이다.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는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싸움 중'이다.

외부의 적이 나타나면 단합해야 하는데,오히려 "이때가 기회"라는 식으로 다툼에 더욱 몰두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운송료 인상과 경유가격 인하,표준운임제 시행 등을 내걸고 파업을 결의했으며 시외버스 택시 등 운수업자들도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생산 현장은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노동자들로 어수선하고 공공부문은 민영화를 반대하는 노조의 목소리로 들끓고 있다.

촛불집회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조건을 '재협상'하라는 당초 목표에서 벗어나 반정부 투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10일 34.58포인트 떨어지고 국고채 금리가 급등하는 등 경제가 혼란스러운데도 이 문제를 풀어야 하는 국정 시스템은 마비 상태다.총리를 포함한 정부 15개 부처 장관들이 일괄 사의를 표명했지만 후속 인사가 언제 이뤄질지 불투명하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대통령 측근들을 중심으로 권력 투쟁에 휩싸였다.

통합민주당은 장내보다는 장외를 선택했다.

개각이 단행되면 인사청문회가 열려야 하는데,18대 국회는 아직 문도 열지 않았다.

경제 5단체는 이날 성명에서 "대내외 여건이 위기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연일 계속되는 시위와 총파업 주장은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제부터라도 대화를 해야 한다.

산업계와 화물연대는 일을 하면서 문제를 풀어야 하고,촛불집회는 정부의 권위와 힘을 무력화시키겠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부는 민심을 정책에 반영하고 정치권은 국회에서 민생 문제를 푸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더 이상의 혼란은 곤란하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