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개입ㆍ금리조기 인상 가능성

헨리 폴슨 재무장관,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등 미국의 주요 당국자가 9일(현지시간) 달러화 강세를 위해 행동에 나설 것임을 시사하는 발언을 쏟아내면서 시장의 관심사는 과연 미 정부가 직접 외환시장에 개입할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월가는 최근의 유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 증가가 상당 부분 달러화 약세에서 기인한 만큼 미 정부가 '구두 개입'이 아닌 실제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정부는 그동안 달러화 강세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줄곧 밝혀왔다.

그렇지만 내심으론 약 달러를 즐겨왔던 게 사실이다.

약 달러로 인해 미국 기업들의 수출이 늘어나면서 경기침체를 완화하는 효과를 봐왔기 때문이다.

부시 행정부는 2001년 집권 이후 한 번도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한 적이 없다.

미 정부가 달러화 약세를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은 1995년이 마지막이었다.

2000년 9월 빌 클린턴 행정부 당시 외환시장에 개입했으나 달러화를 팔아 유로화 가치를 지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런 전력이 있는 만큼 당국자들의 잇따른 이번 '시장개입 발언'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최근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만큼은 미 정부가 달러화 강세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약 달러는 유가 및 원자재 가격 급등을 불러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초래한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유가 급등세를 방치하면 최악의 경우 세계 경제는 1970년대 오일쇼크 때 겪었던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 속 물가상승)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미국 휘발유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갤런당 4달러를 넘어서며 미 국민들의 불안감도 고조되는 상황이다.

1970년대의 스태그플레이션을 극복하는 데 15년이 걸렸던 점을 감안하면 지금 단계에서 달러화 강세 조치를 통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달러화 지지를 위한 미 정부의 대책으론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해 달러화를 사들이는 방안을 상정할 수 있다.

이에 앞서 FRB가 금리 인상을 통해 달러화 강세를 유도하는 정책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버냉키 FRB 의장이 이날 "경제가 심각한 하강 국면에 들어갈 위험이 지난 1개월간 상당 정도 줄었다"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금리인상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버냉키의 이 같은 발언으로 미 채권시장은 패닉에 빠지며 폭락했다. 미 국채 2년물 수익률은 0.32%포인트 급등(채권가격 급락)한 연 2.71%로 치솟았다. 올 들어 최고 수준이다. 월가의 전문가들은 FRB가 이달에는 금리를 동결하고 다음달엔 0.25%포인트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금리인상 이전이라도 달러화 가치가 추가로 하락하고 유가가 급등세를 보일 경우 정부가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외환딜러들은 "미 정부의 강 달러 의지가 약효를 받을 경우 달러가치는 달러당 108엔 선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이날 달러화 강세 지지 발언으로 달러화 가치가 급등함에 따라 뉴욕상품시장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는 배럴당 4.19달러 내린 134.35달러로 마감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