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경기도 의왕시 학의동 백운호수 주변 백운산 자락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내 농림지역.의왕시가 국내 최대 규모의 타운하우스촌과 테마파크 등의 건립을 추진 중인 이곳의 한 농가 주위에 비닐하우스 10여개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이들 비닐하우스는 기둥새시에 보호테이프가 그대로 감겨있는 등 지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흔적이 역력했다.

외부 손님이 들어오기 어려운 마을의 구석진 곳이었지만 'OO농원''OO화훼' 등의 간판과 함께 '각종 분갈이''서양란.동양란''실내조경''전국꽃배달서비스' 등의 문구가 비닐하우스마다 붙어져 있었다.

한 비닐하우스 내부를 들여다보니 다 시들어버린 꽃화분이 몇 개 놓여져 있을 뿐 나머지 공간은 삽,곡괭이 등 농기구와 파라솔,의자,간판 등 잡기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비닐하우스에 적힌 휴대폰 연락처로 전화를 걸자 상대방은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느냐"고 물은 뒤 "팔 만한 좋은 화훼 물건이 없다"고 답했다.

그는 "왜 물건도 없이 농원을 열었느냐"는 질문에 "장사 목적보다는 이곳이 개발된다니까…"라며 말끝을 흐렸다.

수도권과 서울의 개발지 일대가 급조된 비닐하우스 난립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신도시나 도시개발지구 등을 개발할 때 해당지역 농민에게 주어지는 26.4㎡(8평)의 생활대책용지(상가용지)를 보상받기 위한 비닐하우스다.

현행 농지법상 농민으로 인정받으려면 1000㎡(300평) 이상의 논과 밭이나 330㎡ 이상의 비닐하우스를 경작소유하면 된다.

더욱이 화훼판매농원은 비닐하우스 면적에 상관없이 대책용지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지분 쪼개기용' 비닐하우스가 난립하고 있다.

경기도가 '명품신도시' 조성을 추진 중인 고양시 구산동 일대 농림지역도 마찬가지다.

이곳은 2003년 개발행위허가가 제한돼 농업용창고나 다른 건물은 지어지지 못하지만 건물로 분류되지 않는 비닐하우스는 올 들어 급증하고 있다.

이 지역 장월공인중개소의 윤형구 대표는 "지난달에는 한 농가 주위에만 5~6개의 비닐하우스가 한꺼번에 생겼다"며 "일손이 많이 가지 않아도 되는 장미를 기르는 비닐하우스가 많다"고 전했다.

서울 강남 대모산 자락 곳곳에서도 비닐하우스가 지어지고 있다.

서울시가 이곳에 대규모 임대아파트를 짓기로 지난 3월 공고하면서부터다.

이곳 비닐하우스에서도 변변한 농작물 대신 풀만 자라는 곳이 상당수라는 것이 인근 중개업계의 전언이다.

보상용 비닐하우스를 급조하는 지주들은 대부분 1000㎡ 미만 농지를 소유한 외지인들이 많다.

의왕시 학의동의 주민 최씨(47)는 "학의동 일대 농지 소유자의 40% 정도는 외지인들인데 이들이 비닐하우스를 주로 짓는다"며 "주민들이 자제를 시켜도 큰 효과는 없다"고 말했다.

이런데도 관할 지방자치단체들은 비닐하우스 난립에 속수무책이다.

현행법상 비닐하우스는 건축허가대상이 아닌 영농행위여서 건립을 막을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강산의 김은유 변호사는 "비닐하우스 난립은 결국 조성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애꿎은 원주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비닐하우스 건립 자체는 막기 힘들더라도 관련 보상에 대해서는 보완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의왕.고양=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