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고 권위의 핵무기 설계 연구소가 최근 수백명의 인력을 감축, 두뇌유출에 대한 우려와 더불어 해고된 일부 과학자가 비밀정보를 미국이 지목한 이른바 '불량국가'에 돈을 받고 넘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 캘리포니아주(州)의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는 예산절감과 비용감축을 이유로 지난달 22∼23일 440명을 해고했다.

이 연구소는 최근 2년6개월 동안 자연 감소와 해고를 통해 약 1천800명의 인력을 줄였다.

AP통신이 입수한 명단에 따르면 지난달 해고자 가운데 엔지니어가 60명, 물리학자가 30명, 화학자가 15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일부는 최소 20년 이상 연구소에서 몸담으면서 핵무기나 핵 비확산 관련 업무에 종사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원자폭탄을 만들었던 뉴멕시코주의 로스 알라모스 연구소도 지난해 약 550명의 인력을 감축했고, 같은 주의 샌디아 연구소도 수십명의 인력을 줄일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일부 의회 의원들과 전문가들은 핵탄두 설계 및 외국의 핵개발 탐지기술과 관련된 중요한 노하우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다이앤 페인스타인(민주.캘리포니아) 상원의원은 로런스 리버모어와 다른 2개 핵연구소에서 단행된 대량 해고사태는 "국가안보상 위험요소"라면서 해고된 전문가들이 자신들의 지식을 해외로 유출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톰 다고스티노 국가핵안보국(NNSA)장도 그같은 가능성을 인정했다.

그는 "누구나 이상적이지 못한 상황에서 (직장을) 떠날 수 있다"면서 "우리 임무에 대한 역정보 활동을 항상 우려하고 있으며 그런 일을 막기 위한 자체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브라이언 윌키스 NNSA 대변인은 "전.현직 직원에 대한 국외 세력의 접근 여부를 항상 감시하고 있지만 그같은 상황을 우리가 주시하도록 하는 것은 그들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그는 해고된 과학자들이 자신들의 지식을 불량국가에 팔 가능성에 대해, "그들이 조국을 팔아넘길 수 있다는 생각은 그들의 정직성과 애국심에 대한 모욕"이라고 지적하면서 미국 핵무기 과학자가 일자리를 위해 해외로 나간 경우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AP=연합뉴스) bond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