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500여명 도로 점거…교통정체 극심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나흘째 야간 가두시위에 나서 100명 이상이 경찰에 연행됐다.

경찰은 28일 오전 0시께부터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모인 시위대를 완전히 포위하고 야간 불법집회 개최와 도로 무단점거 등의 혐의로 105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앞서 명동과 을지로 거리시위 과정에서 붙잡힌 12명까지 합쳐 이날 경찰에 연행된 시민 숫자는 11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사흘간의 연행자 98명(25일 37명, 26일 32명, 27일 29명)보다도 많은 인원이다.

경찰은 25~26일 연행한 시위자 69명을 이미 훈방 조치하거나 불구속입건한 뒤 석방했으며 27일과 이날 체포한 시위자에 대해서는 시내 경찰서에 분산 수용해 집회 주도 및 가담 정도 등을 조사한 뒤 형사처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대부분의 시위자들은 경찰과의 무력 충돌과 부상을 피하려 스스로 경찰 차량에 올라탔으나 일부는 "도로를 점거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러느냐"며 강력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경찰 포위망 바깥에 있던 100여명은 강제 해산을 비난하고 10대 청소년으로 보이는 연행자들을 즉각 풀어주라고 요구했다.

이들을 포함한 시민 2천여명은 앞서 27일 저녁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의 주최로 서울 청계광장에서 개최된 촛불문화제에 참가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 대한 장관 고시 철회를 요구했다.

촛불문화제에는 최근 청와대∼청계광장 구간에서 3보1배를 하고 있는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이 참석했고 이 행사와 별도로 시민 200여명이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집회를 진행했다.

문화제 참가자 중 1천500여명은 오후 9시15분께 행사가 끝나자 도로로 쏟아져 나와 청계3가∼을지로입구∼명동∼을지로2가∼서울시청 등지에서 3시간여 동안 가두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이명박 OUT', `연행자 석방'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과 종이 피켓을 들고 "협상무효, 고시철회" 등 구호를 외치며 을지로와 명동 일대의 편도 4개 차로를 누볐고 한때 명동 CGV 앞 왕복 8차로를 모두 점거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서울 도심 곳곳에서 밤 늦게까지 심각한 교통 정체가 빚어졌다.

시위대를 이끄는 이들은 주로 20∼30대 청년이었으나 10대 중·고교생과 40대 직장인도 상당수 참여했다.

해산 및 연행 과정에서 큰 충돌은 일어나지 않아 부상자 등은 거의 없었지만 현장에서 채증 작업을 하던 경찰관과 언론사 취재기자가 각각 카메라와 취재수첩을 시위대에 빼앗기고 사진기자의 카메라가 부서지는 일도 발생했다.

한편 이날 부산 서면 제일은행 앞에 900명, 울산 삼산동 롯데백화점 광장에 300명이 모이는 등 지방에서도 촛불집회 참가자 수가 며칠간 꾸준히 늘어나는 경향이 지속됐다.

광주 금남로와 대구 대구백화점 앞, 강원 춘천시 명동 입구와 정선군 5일장 문화마당 앞, 경남 함안군 가야읍 문화의 거리, 전북 전주시 고사동 오거리광장 등에서도 시민 수십∼수백명이 참가한 촛불문화제나 촛불시위가 열렸다 경찰과의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이세원 기자 firstcircle@yna.co.kr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