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미분양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놓고 정부 부처 간에 논란이 일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지방의 미분양 문제가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하다"며 "종합부동산세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을 완화하고 대출규제를 풀어달라"고 관련 부처에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 중과대상 주택이 지방에 적고 대출규제도 이미 많이 풀려있어 정책의 실효성이 없다"며 "업계의 자구노력이 먼저"라고 반박하고 있다.

◆국토부 "방치하면 줄도산 우려"

국토해양부는 지방의 미분양 사태가 심각한 만큼 하루라도 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선제적인 조치를 서둘러 취하지 않을 경우 지방 경제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3월 말 지방의 미분양 주택수는 10만8679가구로 지난해 말에 비해 11.3% 늘었다.

지방 미분양 주택은 지난 1월(10만1647가구)에 10만가구를 넘어 1996년 7월(10만1045가구) 이후 12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지방 주택에 대한 전매제한을 대폭 완화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미분양 해소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홍사 건설협회 회장은 "건설업계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승인받은 분양가보다 낮춰 분양하는 등 자구노력을 하고 있다"며 "그러나 업계 스스로 허리띠를 졸라매 미분양 사태를 헤쳐나가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털어놓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방 미분양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지방건설업계가 줄도산할 위험이 높다"며 "대출해준 상호저축은행도 무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서울 등 수도권의 1주택자가 지방의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면 양도소득세를 면제하거나 중과세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미분양 주택을 종부세 합산과세 대상에서 제외시켜 분리과세할 경우 미분양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출규제도 풀어 지방의 실소유자들도 자금 부담없이 미분양 주택을 매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자구노력이 먼저"

기획재정부는 미분양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의 근간을 흔드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지방의 경우 1가구2주택 보유자라 하더라도 먼저 파는 주택이 3억원 이상일 때에만 양도세를 중과하고 있는 만큼 이에 해당하는 주택이 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다.

미분양 주택문제가 우리 경제의 시스템을 위협할 정도로 큰 사안이 아닌 만큼 정부가 전면적으로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도 옳지 않다고 보고 있다.

재정부는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한 것은 수요예측을 제대로 못했거나 지나치게 높은 분양가를 책정한 건설업체 측 책임인 만큼 건설업계가 먼저 파격적인 분양가 인하 등의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밀어내기식으로 분양하고 지역 실정을 감안하지 않고 대형 위주의 아파트를 짓는 등 업계의 잘못이 크기 때문이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분양 문제는 단계적으로 접근할 것"이라며 "일단은 당장 취할 수 있는 조치들에 집중하고,법개정이 필요한 조치들은 추후 검토ㆍ발표하기로 내부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미분양 주택이 많은 지방은 대출규제의 근간이 되는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며 "대출규제 완화의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의 규제는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에만 적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문권/김인식/정재형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