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종합부동산세 완화 논의에 재빨리 찬물을 끼얹고 나선 것은 그만큼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강부자 내각' 여론,쇠고기 파문 등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바닥 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일부 집 부자들을 위한 세 감면을 추진할 경우 정책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 여론의 역풍(逆風)을 맞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2년 후에나 가능한 얘기'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종부세 조정의 전제 조건으로 두 가지를 들었다.

우선 강남과 버블 세븐 지역 집값이 완전히 잡힌 시기에 논의할 수 있다는 점과 이에 앞서 기업의 업무용 부동산을 풀어 준다는 것이다.

강남 집값과 관련,이 관계자는 "하반기 중 강남 지역에 2만5000가구가 신규 공급되고 양도소득세가 인하되면 집값이 더 떨어지겠지만 아직 종부세를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고 못박았다.

또 "강남 집값이 충분히 잡혔을 때 주택 종부세 완화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며 그렇지 않고는 한나라당이나 정부,청와대 어디도 종부세 논의를 자유롭게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만약 종부세에 손댈 필요가 있다면 기업들의 업무용 부동산을 먼저 풀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업무용 부동산에 대해서는 이미 기획재정부가 사업용 건물의 부속 토지는 현행의 절반 수준으로,나대지의 경우는 업무용으로 분류할 수 있는 부분만 완화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여야도 공감하고 있어 올해 정기 국회에서라도 처리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꺼지지 않는 종부세 완화론

문제는 한나라당의 입장이다.

당론인 종부세 완화 및 폐지를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어서다.

한나라당 민생대책특위는 지난 21일 이한구 정책위 의장과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당정 협의에서 △종부세 과세기준 상향 조정(6억원→9억~10억원) △장기적으로 종부세 폐지 및 거래세로의 통합 △취득세와 등록세 단일화 및 인하 등의 내용으로 입법 초안을 만들겠다는 의사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한구 의장은 "불안한 부동산 시장의 상황을 봐 가면서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이번 정기국회 때 종부세 등 부동산 관련 세제 전반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18대 국회 신임 집행부의 생각은 약간 다르다.

이들은 종부세 완화 움직임이 잠복해 있는 '강부자 내각' 및 '강부자 당' 여론을 부추길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나라당 차기 정책위 의장인 임태희 의원은 27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부동산 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정책은 어떤 경우에도 쓰지 않는다"며 "다만 종부세 시행 3년을 맞아 초기 정책 목적에 대한 평가.점검은 한 번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전 당 집행부의 과속에 대해 다소 브레이크를 거는 모양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종부세와 관련해 당.정.청의 목소리가 통일되지 않을 경우 시장의 불확실성만 키울 수 있다"며 "당.정.청 간 협의 채널을 통해 시그널을 통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