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투자활성화를 통한 일자리창출을 공언해온 10대그룹이 사실상 '공수표'를 남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투자보다는 현금성자산 보유에 더 집중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26일 증권선물거래소와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12월결산법인 615개사 중 비교가능한 567개사의 1분기말 현금성자산은 62조5994억원으로 지난해말 대비 1.57%(9695억원)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10대그룹사가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35조7310억원으로 전년대비 6.64%(2조2247억원) 늘어 전체 평균 증가율의 4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10대그룹을 제외한 상장사의 현금성자산은 26조8683억원으로 전년말대비 4.46%인 2552억원 감소했다.

지난해말 기준 10대그룹의 현금성자산이 33조5184억원으로 전년보다 20.94% 늘었던 점을 감안하면, 1분기 현금성자산 증가율은 다소 감소한 측면이 있지만 증가추세는 여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금성자산이 전분기대비 증가한 그룹은 현대자동차와 SK, LG, GS 등이고, 삼성과 롯데, 현대중공업, 한화, 한진, 금호아시아나는 줄었다.

현금성자산은 현금, 수표, 당좌예금 등 대차대조표상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정기예금, 정기적금, 기타 정형화된 상품으로 단기자금 운용목적으로 소유하거나 기한이 1년 내 도래하는 것)을 더해 산출한다.

따라서 기업들의 현금성자산이 크게 증가한다는 것은 이익을 투자에 활용하지 않고 내부에 유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래소 관계자는 "10대그룹의 현금성 자산이 증가한 것은 1분기 호실적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설비투자도 살아나고 있어 현금자산증가를 투자유보로 바로 연결시키는 것은 다소 무리가 따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