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그라지던 한미FTA(자유무역협정) 국회 동의비준의 불씨가 되살아날 조짐이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한국이 검역주권을 행사하는 방향으로 한미간 추가협의가 이뤄진 것이 계기가 됐다.

쇠고기 협상 `부실'의 핵심으로 지적된 검역주권 포기 문제가 일정부분 해소될 가능성이 대두됨에 따라 정부.여당은 성사 여부를 떠나 일단 한미FTA 비준동의안의 처리를 주장할 수 있는 명분은 내세울 수 있게 된 셈이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한미 추가합의를 기화로 한미FTA 비준동의안 처리에 대한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일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영수회담을 갖는 것을 시작으로 조만간 임채정 국회의장 및 야당 대표들과 만나 쇠고기 추가협의 내용을 설명하고 한미FTA 비준동의안의 17대 국회 처리를 당부할 방침이다.

강재섭 대표는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역주권의 한미 간 문서합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이런 것이 제대로 된다면 한미 FTA를 민주당이 반대할 명분이 없다"며 "쇠고기를 이 정도로 풀어주면 민주당도 풀어야 한다"고 야권을 압박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도 "임시국회에서 한미 FTA 비준동의안이 통과되도록 대통령을 비롯해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전부 나서겠다"며 "시간이 부족하다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서라도 반드시 17대 임기 내에 통과시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정부는 18일 밤 김원웅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위원장과 여야 간사인 한나라당 진영, 민주당 이화영 의원에게 한미간 추가협의에 대한 중간보고를 하면서 한미FTA 비준안의 이번 임시국회 회기내 처리를 요청했다.

민주당 소속인 김 위원장은 "정부의 협상 최종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

통외통위 전체회의에 상정할 지는 아직 유보"라며 신중한 스탠스를 취했지만 그간 쇠고기 협상과 연계해 `절대 불가'를 주장했던 데서 한 발짝 물러선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검역주권 문제만으로 한미FTA 비준안을 처리해줄 수는 없다는 기류가 강하다.

쇠고기 협상에는 검역주권 뿐 아니라 안전성, 축산농가 대책, 협상 경위 등 규명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는 것.
박상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특정위험물질 범위에 미국 FDA가 분류한 등뼈 일부분을 모두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최인기 정책위의장은 "축산농가 피해에 대해 정부가 아무런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FTA 비준안을 통과시킬 수 없다"고 못박았다.

최재성 원내대변인은 김원웅 통외통위 위원장이 한미FTA 비준안 처리 문제와 관련, 다소 유연한 태도를 보인 데 대해 "김 위원장 개인의 정치적 의견으로, 당의 대다수 의원들은 쇠고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어도 국회 비준은 미국과 비슷한 시기에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민주당은 이 대통령이 제안한 야당대표 회담에 응하기로 하면서 한미FTA 비준안 처리에 대한 일말의 여지를 남겨두는 모양새를 취했다.

일단 한미 FTA의 17대 국회 임기내 처리 `논의'의 불씨는 되살아났지만, 전면적인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는 야당의 자세가 완고해 여당의 희망대로 불씨가 활활 타오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 다음달 4일 재보선을 앞둔 상황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으로 정국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고 보고 있는 야당이 여권의 요구에 응해주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