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세무조사 대상을 정할 때 민간인사들을 참여시키고 대상 선정과 제외 기준까지 공개키로 해 주목된다.

국세청은 지난 16일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를 통해 이런 방침을 시달(示達)하고,특히 조사 시작 전후를 통해 선정사유와 절차는 물론 진행내용과 조사방향을 설명해주고 회계와 세무 컨설팅까지도 해주겠다는 등의 쇄신안을 내놨다.

세무조사에 관한한 납세자 중심으로 가겠다는 것이 국세청의 다짐이고 보면 진일보한 변화노력으로 환영할 만한 일이다.

국세청이 일정규모 이하의 성실납세자에 대해서는 3년간 세무조사를 유예하고 세무조사에 대한 납세자의 평가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도 눈여겨 볼 만한 대목이다.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과 세무관서장들의 만찬간담회에서 "이제는 기업이 갑(甲)이고,세무관서가 을(乙)"이라는 대통령의 언급도 따지고 보면 세무행정의 혁신을 우회적으로 주문한 것에 다름아니다.

사실 그동안 세무조사는 성실납세 유도라는 본래의 목적을 벗어나 걸핏하면 여러가지 정책목적 달성을 위해 기업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동원돼왔다.

부동산 투기억제나 물가안정 수단으로는 단골메뉴가 돼있고,심지어 정치적 목적을 가진 것도 전혀 없지 않았던 것이 현실이다.

정책목적은 정당하다 하더라도 세무조사라는 잘못된 수단을 남발하는 것은 세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고 기업활동도 위축시키는 요인임에 틀림없다.

이제는 이 같은 구시대적 병폐는 없어져야 한다.

물론 이러한 세무조사 쇄신방안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역대 정권에서 갖가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고치고 합리화하겠다는 약속을 수도 없이 되풀이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과 사업자들이 과연 얼마나 피부로 느낄 만큼 변했는지는 솔직히 미지수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눈여겨보고자 하는 것은 쇄신안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얼마나 성실하게 실천에 옮기느냐 하는 점이다.

말이 아니라 실행이 관건(關鍵)이고,중간에 흐지부지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세정당국자들은 "세무행정만 바뀌어도 기업하는 사람들이 한국에 투자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것"이라는 이 대통령의 당부를 명심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