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6월1일 오후 11시.호암상 시상식 취재를 마친 뒤 신라호텔 로비에서 윤종용 부회장을 만났다.

그는 시상식 축하연에 왔던 참석자들을 배웅하러 나온 길이었다.

밤도 깊었으니 목이나 축이자며 자연스럽게 자리가 만들어졌다.

윤 부회장은 한 시간 반가량을 역사 이야기에 쏟았다.

"초일류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기업인들이 100년을 내다보는 역사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요지였다.

그는 "700쪽에 달하는 역사ㆍ경영 서적을 내놓을 요량"이라고 말했다.

#한국공학한림원 출판기념 행사가 열린 2007년 11월29일 오후 5시.윤 부회장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삼성 특검을 앞두고 근심이 많았던 탓이었다.

그는 기자에게 "국민들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며 "물의를 끼쳐 죄송하다고 전해달라"고 했다.

"의혹이라 하더라도 우리가 국민들에게 걱정을 끼치고 있다면 미안하다고 하는 것이 기업인으로서 도리에 맞는 일"이라는 얘기였다.

#2008년 5월14일 오전 11시.춘계 한국전자전이 열리는 대구 엑스코(EXCO) 전시장.은퇴 발표를 앞둔 그의 표정은 차분했다.

전시관을 둘러보던 그는 "이공계 기피현상을 없애기 위해서는 과학인재 양성에 힘써야 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윤 부회장은 "기업인들이 초등학교 학생용 과학실험 도구를 만들어 과학에 대한 관심을 어릴 때부터 키워줘야 우리나라의 미래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42년을 삼성전자와 함께 보낸 그가 지난 14일 오후 경기도 수원 사업장에서 이임식을 가졌다.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라고 운을 뗀 그는 "위기에 처한 분위기를 일신하고 새롭게 출발하기 위해서는 위로부터의 변화가 필요해 용퇴를 결심하게 됐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상임고문으로 물러나며 '기업 경영'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게 된 그는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이다.

2년 전부터 꿈꿔왔던 후진 양성이 그것.최근에는 1억5000만원을 들여 초등학생용 과학 실험키트를 만들고 있다.

개발은 한양대 공대 교수진에게 맡겼다.

그는 "어린아이들 교육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후진을 위해 앞길을 터준 그에게 박수를 보낸다.

김현예 산업부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