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유럽 프로축구 클럽대항전 챔피언끼리 '왕중왕'을 가리는 유럽축구연맹(UEFA) 슈퍼컵에서 한국인 선수가 맞붙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을까.

일단 절반은 이뤄졌다.

김동진과 이호의 소속팀인 러시아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가 15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2007-2008 UEFA컵 결승에서 레인저스(스코틀랜드)를 2-0으로 꺾고 창단 후 처음으로 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부상에서 복귀한 김동진은 후반 인저리타임 교체 투입돼 출전 시간이 적었고, 오른손을 다친 이호는 아예 엔트리에서 빠진 점이 다소 아쉽다.

하지만 둘은 독일 레버쿠젠에서 1987-1988 시즌 우승을 경험한 차범근 수원 삼성 감독에 이어 두 번째로 UEFA컵 우승을 맛본 한국 선수가 됐다.

제니트는 또 이번 우승으로 UEFA 슈퍼컵 출전을 예약했다.

1973년 시작된 UEFA 슈퍼컵은 유럽 클럽 대항전 시즌 개막을 앞두고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정상팀과 UEFA컵 챔피언이 단판 승부로 우승을 가리는 대회다.

홈앤드어웨이 방식으로 개최되다 1998년부터 단판으로 치러졌으며, 일단 올해까지는 8월 말 모나코의 루이 2세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올해 제니트의 슈퍼컵 상대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첼시 중 하나다.

맨유와 첼시는 오는 22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2007-2008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놓고 마지막 승부를 벌인다.

박지성이 활약 중인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챔피언 맨유가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면 '더블(2관왕)'을 이루면서 슈퍼컵에도 나설 수 있다.

그렇다면 태극전사 박지성과 김동진.이호는 유럽 클럽축구 최고의 무대에서 서로 적이 돼 만난다.

한국 축구팬으로서는 꿈에서나 그려봤음 직한 장면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