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와코비아챔피언십을 제패한 앤서니 김(23.나이키골프)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뒤를 이을 재목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기대주였다.

세계주니어챔피언십 우승, 미국주니어골프협회(AJGA)이 뽑는 최우수선수 4년 연속 수상, 대학골프 신인상 `필 미켈슨 어워드' 수상, 그리고 미국 대학 골프 최우수선수 선정 등 아마추어 시절에는 셀 수 없는 우승컵과 상패를 쓸어 담았다.

국가 대항전인 2005년 워커컵 대표로 뽑혔을 때는 역대 최연소, 사상 첫 동양계, 타이거 우즈 이후 첫 비백인계 등의 각종 기록을 세웠다.

2006년 가을 오클라호마주립대 3학년을 마치고 중퇴한 뒤 프로 전향을 선언한 앤서니는 초청선수로 출전한 PGA 투어 데뷔전 텍사스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해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해 2007년 투어 카드를 손에 쥔 앤서니는 폭발적인 장타력과 대담한 플레이를 펼쳐 팬들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

아마추어 시절 330야드를 가볍게 때렸던 앤서니는 페어웨이가 좁아 드라이버를 자주 사용하지 못하는 PGA 투어에서 평균 비거리 300야드를 넘기는 장타력을 과시했다.

키 178㎝에 몸무게도 80㎏이 넘지 않는 크지 않은 체격이지만 파워풀한 스윙으로 장타를 날리는 앤서니에 대해 마크 오메라는 "스무두살 때 타이거보다 낫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신인왕 경쟁에서 우승컵이 없어 아쉽게 무릎을 꿇었던 앤서니는 2008년 시즌은 베테랑 캐디와 결별하고 플레이 방식을 바꾸느라 진통도 있었다.

첫 대회인 봅호프크라이슬러클래식에서 3위를 차지했지만 이어진 6개 대회에서 세차례나 컷오프당했고 중하위권을 오르내렸다.

하지만 무모한 공격적 플레이를 줄이고 그린 플레이가 살아나면서 버라이즌 헤리티지 준우승으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뒤 이번 우승으로 화려한 비상을 예고했다.

앤서니는 핀을 향해 쏘아올리는 공격적인 아이언샷에 거침없이 톡톡 튀는 언행도 스타 선수로 발돋움하는 데 추진력이 됐다.

혁대 버클에 영문 이름 이니셜을 딴 'AK'를 새기고 다니는 것도 우즈가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인 '나이키 TW' 라인을 의식한 행동이라고 한다.

"호랑이(우즈)를 잡는 사자가 바로 나"라고 큰소리를 쳤다는 보도가 나와 '라이언'이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어머니가 "호랑이 잡는 사자가 되길 바란다"고 한 말이 와전된 것으로 밝혀졌고 "최경주처럼 개성없는 선수는 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구설수에 올랐지만 잘못 알려진 것으로 드러나는 등 '설화'도 없지 않았다.

1980년 로스앤젤레스에서 결혼한 김성중(66.미국명 폴 김)씨와 미령(57)씨 사이에서 1985년 태어난 외아들 앤서니는 로스앤젤레스 지역 교민 사회에서는 '골프 잘 치는 미주녹용집 아들'로 유명했다.

프로 선수가 된 뒤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집을 마련해 '고향'인 남부 캘리포니아를 떠났지만 '한국 사람은 한국말을 알아야 한다'는 가르침 덕에 한국어 실력도 뛰어나다.

지난 3월 제주도에 열린 발렌타인챔피언십에 출전하느라고 10년 만에 한국을 찾은 앤서니는 당시 공손하고 겸손한 태도로 고국 팬들에게도 좋은 인상을 남겼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