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국립극장에서는 제2회 더뮤지컬 어워즈 시상식이 열렸다.

10월에 열리는 한국 뮤지컬대상 시상식과 더불어 뮤지컬계의 연례 행사다.

사람들에게 가장 관심이 높은 것은 아무래도 배우들이지만 개인적으로 특별히 눈에 띄는 분야가 있었다.

바로 음악감독상이다.

이번에 수상한 김문정 감독 역시 그동안 수많은 작품들을 담당하면서 오디션,노래 지도,편곡,오케스트라 지휘에 이르기까지 작품에 음악적인 색깔을 직접 입혀온 연금술사다.

뮤지컬이 다른 공연 장르와 비교해 가장 다른 것은 작품 중심에 음악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음악감독과 오케스트라는 뮤지컬의 핵심 스태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뮤지컬에서 오케스트라 혹은 밴드는 지하에 위치하거나 무대 구석에 숨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새로운 공연이 개막을 앞두고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지하에 새로 자리잡을 무렵이면 '지하의 그들'에게 많은 신경을 써줘야 한다.

겨울 시즌이면 관객들은 객석이 따뜻하도록 난방 장치가 가동되기를 바라지만,정작 '피트'(Pit)는 외풍이 잦아서 단원들이 감기에 시달린다.

그런데도 몸을 많이 움직여야 하는 드러머는 땀을 비오듯 흘리는 상황이 연출된다.

드럼과 다른 악기의 음량 균형을 위해 드러머는 별도로 짜여진 좁은 공간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남들은 다 추운데 혼자 더운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혹여 전기난로라도 비치하려면 안전사고에 민감한 극장 측이 난색을 표시하곤 한다.

또 노래 없이 연기만 있는 장면이 오래 지속되면 지하의 오케스트라는 잠시 대기 상태에 놓이는데 장기 공연일수록 이 순간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럴 때는 무대 상황을 보여주는 별도 CCTV를 여러 대 설치해서 그 무료함을 덜기도 한다.

게다가 지하 공간은 극의 진행을 위해서 종종 무대를 암전(暗轉) 상태로 해야 하는데 악보를 보기 위해 켜놓은 보면등이 관악기 표면의 광택에 반사되어 관객의 눈을 거슬리게 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조도를 낮추려고 하는 조명감독과 좀 더 밝게 악보를 보고 싶어하는 오케스트라 단원 사이에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지휘자를 겸하는 음악감독은 무대와 객석의 사이에 위치해서 그나마 관객들에게 얼굴을 드러내고 박수를 받는 유일한 스태프이지만,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지하에서 관객들이 환호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없다.

'피트'는 원래 지하를 뜻하는 말이다.

뮤지컬의 오케스트라는 지하에서 살면서 배우들의 음악적인 소양을 이끌어주는 음악의 천재 '오페라의 유령' 같은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조용신 공연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