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사들이 시련의 계절을 맞고 있다.

해외건설 수주로 잘나가는 현대건설 등 일부 회사를 제외하고는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

1일 7개 대형 건설사들의 1분기 실적을 종합한 결과 매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넘는 곳은 현대건설,삼성물산 건설부문,대림산업 정도에 불과했다.

예년보다 저조한 실적이다.

미분양아파트가 5000가구를 넘는 대우건설의 1분기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5%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53%나 줄어 '어닝 쇼크'(예상 밖의 실적 악화)를 기록했다.

같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금호산업(운수 포함) 영업이익도 1.2% 하락,매출신장세(28%)가 퇴색됐다.

대형 건설업체의 1분기 실적이 기대 이하로 나온 것은 이 기간에 토목사업의 신규 착공이 거의 없었고 주택사업도 미분양을 우려해 많이 연기되었기 때문이다.

허문욱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인건비나 장비 렌털료 등 기본비용은 계속 지급하기 때문에 건설사의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업체 간 희비는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갈렸다.주택과 국내외 토목,플랜트 등 사업 비중을 적절하게 짜온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건설부문,GS건설은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반면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대우건설과 금호산업은 크게 악화됐다.

주택사업에서 높은 수익을 냈던 과거의 영화가 거꾸로 발목을 잡는 양상이다.

현대건설의 영업이익은 1138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85.3% 급등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도 작년 1분기 5.5%에서 올해는 8%로 수직상승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재개발을 중심으로 한 주택사업과 해외사업 호조로 영업이익이 17.2% 오른 858억원을 기록했다.

대우건설은 2000년 이후 최악의 실적을 남겼다.

신규 주택분양을 총선 이후인 2분기 이후로 미뤘다고 하지만 영업이익률이 9.3%에서 4.6%로 급락했다.

허 연구위원은 "대우의 영업이익률이 다시 올라가더라도 실적 상승세가 둔화되는 업체에 시장이 주목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업계 성장세가 주춤한 데는 작년 1분기 실적이 특히 좋아 상대적으로 올 1분기 실적 상승세가 둔화된 측면도 있다.

불안한 주택경기와 원자재 가격 급등 같은 악재가 많았던 상황을 감안하면 그나마 선전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건설업계 전반적으로 고속성장,실적 급상승 시대는 지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분기 이후 건설업 경기도 크게 호전되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가 향후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더라도 토목사업에만 호재로 작용할 뿐 주택경기가 단기간에 개선되긴 힘들어 보인다.

이광수 동양종금 애널리스트는 "예전에 시행됐던 여러 부동산 규제 완화책이 다시금 모습을 드러낼지가 관심"이라며 "다행히 2분기 이후 해외물량 수주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여 외형 성장에 어느 정도는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