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쪼개기' 갈등‥곳곳서 충돌] 공사 반대하는 주민들 건설현장 봉쇄
재개발 입주권을 노린 '지분 쪼개기'가 서울과 수도권에서 성행하면서 주민들이 공사현장 곳곳에서 공사 중지를 요구하며 건축업자와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 시내 구청들은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잇따르자 일단 공사중지 명령을 내렸으나 허가를 근거로 건축 재개를 요청하는 건축업자와 지역 주민 사이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25일 오전 서울 청량리역 인근 동대문구 전농1동 518 일대 연립주택이 밀집한 재개발 추진구역 내 한 공사장.공사 인부들 대신 50~70대 동네 아주머니 10여명이 3.3㎡(1평) 남짓한 간이 천막에서 난롯불을 쬐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사장 옆 건물에는 '지분 쪼갠 세대수 증가,주민분담금 증가한다''사리사욕에 주민 재산 좀먹는다''공사 중단,즉각 철수' 등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농성하며 천막에 앉아 있던 임규순씨(55)는 "'지분 쪼개기' 공사를 막기 위해 6개월째 지키고 있는 주민들"이라며 "매일 새벽 5시부터 밤 8~9시까지 교대로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 공사는 지난해 10월 시작됐다가 바닥 콘크리트만을 다지고 한 달도 되지 않아 중단됐다.

원주민들이 "지분 쪼개기는 안 된다"며 공사를 저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강력하게 민원을 제기하자 동대문구청은 올 1월 공사 중지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시공사 측이 최근 공사장 진입을 시도하면서 무력 충돌도 있었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임씨는 "지분 쪼개기로 6세대나 늘어나면 기존 주민이 해당 세대수만큼 입주권을 못 받을 수도 있고 주민 분담금도 늘어난다"면서 "재개발이 추진되는 가운데 건축 허가를 내 준 구청을 이해할 수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 공사를 추진한 주인은 1세대 규모의 단독주택(대지 145㎡)을 헐고 7세대(연면적 524㎡·4층) 규모의 연립주택을 지을 계획이었다.

쪼갠 지분은 56㎡,58㎡,59㎡ 등 60㎡ 미만 3개와 60㎡ 이상 4개로 설계됐다.

이 동네는 20~40년 된 낡은 연립주택이 많아 주민들이 재개발조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지난해 5월 2만6292㎡에 대해 서울시에 재개발구역 지정을 신청,현재 구역 지정을 기다리고 있다.

동대문구청도 난처한 입장이다.

공사 중지 지시를 내리기 앞서 건축 허가를 내 줬던 동대문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서울시에서 재개발구역 지정을 위해 건축 허가를 제한한 것은 지난해 9월이고 건축 허가는 이에 앞서 7월에 나갔다"며 "건축법상 하자가 없어 허가를 내 줬다"고 말했다.

문제의 공사를 하고 있는 S건설 현장 소장은 이와 관련,"서울시에 공사지시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 심판을 냈다"며 "취소 결정이 내려진 뒤에도 주민들이 공사를 방해하면 법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구청에서도 이미 단독주택을 사들인 건축업자들이 '지분 쪼개기' 제재(7월 말 시행)를 피해 서둘러 건축 허가를 신청하자 지역 주민의 눈치를 보고 있다.

마포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합정동 상수동을 중심으로 건축심의 대상이 되는 건축 면적 60㎡ 미만의 다세대주택 건축허가 신청이 이달 들어 10여건 들어왔다"며 "평소보다 늘어난 건수인 데다 입주권을 겨냥한 날림 공사일 수 있어 투기 여부에 대해 까다롭게 심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서구 화곡동과 등촌2동에서 '지분 쪼개기'를 규제해 달라고 주장하는 '강서구 주택신축허가제한 연대추진위원회'는 김재현 강서구청장과의 면담을 요청하기로 했다.

이 모임의 정만영씨는 "주민 청원을 위해 현재 2000명 정도 서명을 받았으며 다음 달까지 1만명의 서명을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도원/조성근/장규호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