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말살정책" vs "공교육 정상화"…팽팽한 이견 대립

교육과학기술부가 15일 발표한 `학교 자율화 추진계획'에 대해 교육단체들 간에는 `학교 말살정책'이냐, `공교육 정상화 정책'이냐를 놓고 첨예한 이견 대립 양상이 나타나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16일 교육단체 등에 따르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학벌없는 사회'는 "정부가 교육의 공공성을 위한 최소한의 책임마저 포기했다"고 비난한 반면 뉴라이트교사연합과 서울자유교원조합 등은 "이번 조치가 지난 10년간 역주행했던 공교육을 정상화시키는 정책이다"고 평가했다.

전교조는 이날 오전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과부의 학교 자율화 추진계획은 사실상 정부가 교육의 공공성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을 포기한 공교육 황폐화정책"이라며 "입시지옥 대공습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닌 교육 대재앙의 선포"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전교조는 "진정한 학교 운영의 자율화를 위해서는 학교장의 독선적인 학교 운영을 견제하고 단위학교 구성원의 민주적인 의견 수렴과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보장할 수 있는 교사회, 학생회, 학부모회의 법제화가 선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교조는 "교과부가 교원단체들을 상대로 의견수렴 절차조차 거치지 않았다"며 "이번 조치를 전면 백지화하고 정부와 교원단체, 시민사회단체 등이 광범위하게 참여하는 논의의 장에서 올바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학벌없는 사회는 성명을 통해 "이번 조치는 `학교 말살정책'이다"라며 "국가의 규제가 사라지면 망국적 입시경쟁을 막을 장치가 없게 되고 모든 학교가 입시경쟁에만 몰두하면 진정한 학교의 가치는 이 땅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학벌없는 사회는 "학교가 새벽ㆍ심야 입시 보충수업, 입시중심 우열반 편성 등 어떤 일이든지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돼 학생들의 입시경쟁 스트레스가 가중되는 것은 물론 학내 우열반 경쟁 전면화는 학생들의 고통을 질적으로 심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뉴라이트교사연합은 논평을 내고 "교과부의 학교 자율화 추진계획은 지난 10년 동안 역주행했던 공교육을 이제야 정상화시킬 수 있는 희망을 제시했다"고 환영했다.

뉴라이트교사연합은 "우수한 교원들이 학교 현장을 지키고 있고 이들이 스스로 팔을 걷어 부치면 공교육 정상화는 시간 문제"라며 "이번 조치가 교육계 곳곳에 산재한 `타율의 전봇대'를 뽑아내고 사교육 시장에 밀려 뒷방 노인 신세가 돼버린 우수한 교사들을 중심으로 공교육을 정상화시키려는 의지의 표현임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자유교조도 성명을 통해 "하향 평준화 해체를 위한 1단계 조치로 선진교육을 향한 학교 자율화는 선의의 경쟁 유도와 사교육을 학교 안으로 끌어들이는 학교 활성화 조치로 규제에서 벗어난 단위학교 자율화를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바른교육권실천행동은 논평을 통해 "학교별 경쟁을 유발해 학교가 차별화된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기틀은 마련했지만 학생이 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내용이 빠져 반쪽짜리 자율이 될 가능성이 크므로 최소한 고등학교는 학생이 선택할 수 있는 제도를 각 시ㆍ도교육청이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국학교운영위원총연합회는 성명을 통해 "전반적으로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으나 방과후학교에 영리단체인 학원 강사를 초빙하는 것에 대해 학교운영위원회 차원의 철저한 검증이 필요한 점 등 개별사항에 대한 학교운영위원들의 면밀한 심의, 의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사립중고등학교장회는 "이번 계획의 기본 방향을 환영하며 단위학교 자율화가 현장에서 바람직한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할 것"이라며 "시ㆍ도교육청 역시 규제사무를 즉각 폐지하고 사학에 대한 규제 법령도 이번 기회에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 k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