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원자재(상품)시장에 투자자금이 '해일'처럼 밀려 들어오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달러 약세를 헤지(위험회피)하는 수단으로 원자재 투자가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원자재시장에 몰린 자금은 가격을 끌어올려 물가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7일 씨티그룹 자료를 인용해 올 1분기 세계 원자재 투자가 20% 이상 늘어나 3월말 현재 총 투자액이 4000억달러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씨티그룹에 따르면 1분기 원자재 투자 가운데 가장 많은 돈을 끌어모은 상품은 원자재지수로 400억달러에 달했다.

1분기 증가분은 지난해 전체 증가액보다도 많은 것이다.
원자재 '투자 해일'이 밀려온다
이에 따라 3월 말 현재 원자재지수 투자규모는 1850억달러에 달했다.

상품거래 전문가들을 통해 직접 투자된 자금이 상품지수 뒤를 따랐다.

지난해 말에 비해 18% 늘어난 940억달러를 기록했다.

헤지펀드가 그 뒤를 이어 1분기 말 현재 750억달러를 상품에 투자 중인 것으로 추산됐다.

헤지펀드의 상품 투자 규모는 지난해 말보다 25% 늘어났다.

상장지수펀드(ETF)도 원자재 관련 투자가 확대되면서 3월 말 현재 투자액이 460억달러로 지난해 말보다 31%가량 증가했다.

원자재 투자 열기 등으로 상품지수는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26개 원자재를 기준으로 산정되는 UBS블룸버그상품지수의 경우 올 들어 약 17%가 올랐으며 지난달 5일에는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기도 했다.

UBS블룸버그상품지수는 지난해에도 22% 뛰어 6년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19개 상품 가격을 반영한 로이터-제프리CRB지수도 3월 초 고점을 찍은 뒤 다소 주춤해지긴 했지만 올 들어 12.7% 올랐다.

S&P500지수가 작년에 3.5% 상승하는 데 그치고 올 들어 오히려 6.5%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이는 원유 금 플래티늄 밀 옥수수 콩 선물 등 상품지수를 구성하는 상당수 원자재와 곡물 가격이 올 들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의 경우 이날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2.7% 급등한 배럴당 109.09달러(서부텍사스산 최근월물 기준)에 거래됐다.

압둘라 알 바드리 석유수출국기구(OPEC) 사무총장이 증산 계획이 없다고 발언한 데 영향을 받았다.

지난달 13일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110.33달러까지 급등했다가 100달러 초반대로 내려갔던 유가가 다시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향후 6개월간 설탕을 제외한 전 곡물값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씨티그룹의 앨런 힙 애널리스트와 알렉스 통스 애널리스트는 "상품시장의 투자 해일이 원자재 가격을 더 밀어올렸다"며 "달러 약세가 상품시장에 자금을 끌어들인 가장 큰 배경이고,실질금리 하락과 인플레이션 우려도 일조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그러나 "투자 해일 후 썰물(투자자금 이탈)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며 "미국 경기침체로 원자재 수요가 줄어든다면 상품 투자 붐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