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 조사 중단 … 노원구 둘러보니 … '추격매수'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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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 주공6단지 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는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다른 업소보다 10∼20% 비싸게 팔아주겠다며 매물을 싹슬이했다가 인근 부동산중개업소가 허위매물 업소로 신고하는 바람에 영업정지라는 철퇴를 맞았다.
반대로 상계동 주공4단지의 한 중개업소는 전혀 다른 이유로 허위매물 업소로 신고당했다.
해당 중개사는 "상대적으로 싼 매물에 분노한 주민들이 구청에다 '미끼 매물'을 중개한다며 신고해 영업에 차질을 빚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서울 노원구 아파트 단지에서 주민들의 담합 의혹은 물론 투기수요,거품 장세 여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논란이 일자 부동산 정보제공 회사들은 한 달간 노원구 집값 조사를 중단한 상태다.
일단 객관적인 자료만 놓고 보면 거래가 동반되는 급등세로 보인다.
노원구청에 따르면 이 지역 주택거래 신고건수(아파트,단독,다세대 등 포함)는 지난 1월 1253건,2월 1263건을 기록하다 3월에는 2352건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거래량 급증은 실수요와 집값 상승을 기대한 투기수요가 섞여 있다는 것을 뜻한다.
특히 추격 매수세가 강력하다는 방증이다.
김희선 부동산114 전무는 "주택거래 신고건수가 월 단위로 1000건을 넘어선 것을 보면 추격 매수세가 붙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노원구청 관계자는 "소형 아파트가 밀집된 노원구 집값이 급등세를 보이는 것은 전세금이 매매시세의 절반을 넘어서자 전세 거주자가 매입으로 전환하는 실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이런 실수요를 감안하더라도 추격 매수 분위기는 투자목적의 가수요가 이끌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현지 공인중개사들은 노원지역 매수세가 이미 끝물에 와 있다는 표현까지 쓰고 있다.
중계동 주공10단지의 한 중개사는 "작년 12월 대통령 선거 직후 강남 일대 부자들이 대거 몰려와 소형 아파트들을 사들였지만 3월 말 이후 매수세가 약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사러 오는 손님 중에 실제로 이사오는 실수요자는 별로 없다"며 "여유자금을 들고 남들이 '노원구로 가자'고 말해 덩달아 오는 사람도 봤다"고 전했다.
중계동의 동일로공인 중개사는 "무지개아파트 59㎡(분양면적 18평)짜리가 2억1000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는데 너무 비싸서 그런지 팔리지 않고 있다"며 "요즘은 문의도 뜸한 편이어서 가격이 소폭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추격 매수는 자제해야 할 것이란 충고들이 이어지고 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은 "재개발 재건축 등 개발 재료를 이용해서 수익을 올리겠다는 투자는 피해야 한다"며 "내집 마련 수요자들은 소득수준 대비 대출을 무리하게 받아 투자에 나서는 결정도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단기간에 급락세로 돌아서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상계주공 4단지의 한 중개사는 "창동 차량기지 개발,각종 리모델링 추진 등 호재가 남아 있는 데다 그동안 쌌기 때문에 급락할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했다.
이호기/정호진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