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를 높은 경제성장을 자랑하는 '켈틱 호랑이'로 변신시킨 버티 어헌 총리(56)가 곧 물러날 예정이다.

'켈틱 호랑이'는 한국 대만 등 '아시아 호랑이'에 비유해 켈트족인 아일랜드의 고성장을 가리키는 용어다.

11년간 세 번의 총선에서 승리하며 스캔들과 비판이 달라붙지 않는다는 '테플론(프라이팬에 음식물이 달라붙지 않게 하는 표면코팅제) 총리'로 불렸지만 결국 뇌물수수 의혹으로 발목이 잡혔다.

브라이언 코웬 부총리 겸 재무장관이 그를 이어 총리를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설상가상으로 아일랜드의 경제에도 급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다.

어헌 총리는 다음 달 6일 총리직에서 사임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어헌 총리는 사업 계획의 부패 스캔들을 조사하기 위해 1997년 설립된 마혼 재판부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공격을 받아왔다.

그는 "지속적인 공세가 정치적 의제를 압도하는 상황이 됐다"며 "개인적인 이해에 앞서 아일랜드 국민과 집권당인 피어나포일을 위해 물러난다"고 사임 이유를 밝혔다.

그는 "결코 부정한 돈을 받은 적이 없으며 공직의 명예를 떨어뜨리는 어떤 일도 하지 않았다"며 금전 문제를 둘러싼 의혹을 부인했다.

아일랜드는 어헌 총리의 집권 기간 연 평균 6.5%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서유럽의 대표적인 강소국으로 떠올랐다.

정당 간 알력과 노조 분쟁을 조정하는 데도 뛰어나 아일랜드의 고속 성장 신화의 배경을 마련했다.

어헌 총리의 사임이 아일랜드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미 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유럽 경제의 신흥 엔진으로 떠올랐던 아일랜드 경제의 '기적'이 끝나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 평균 6%를 상회하던 성장률은 올해 1.6%로 떨어지고 실업률은 6%대로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