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제한하는 금산분리 규제의 완화 방안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 방침은 일단 산업자본의 직접적인 은행 인수를 지금처럼 금지하되 사모펀드(PEF)를 통한 간접 소유를 허용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26일 "PEF와 연기금 등 이해상충의 가능성이 적은 방법을 통해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범위를 확대하겠다"며 이 같은 방향을 제시했다.

산업자본이 은행을 직접 인수해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을 터줄 경우 재벌이 은행을 지배해 사금고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행법상 산업자본이 PEF에 ▲무한책임사원(GP)으로 참여하거나 ▲유한책임사원(LP)으로서 출자비율이 10%를 초과하면 PEF는 산업자본으로 간주돼 은행 지분을 4%까지만 소유할 수 있다.

GP는 PEF 운영의 책임자이고 LP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 재무적 투자자이다.

금융위는 산업자본이 LP로서 PEF에 좀 더 많이 출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산업자본의 출자 비율이 10% 이하여야 금융자본으로 인정되는데 이 기준을 15% 이하나 그 이상으로 완화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PEF에 대한 산업자본의 출자 비율이 10%를 넘어도 PEF가 금융자본으로 간주돼 은행 지분을 10%까지 소유할 수 있고 25%나 33%를 초과할 경우에는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으면 된다.

산업자본이 PEF를 통해 은행 지분을 소유할 수 있는 한도는 커지지만 재무적 투자자이기 때문에 경영권을 행사하지는 못하게 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산업자본이 은행에 경영권을 행사하는데 아직까지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며 "일단 재무적 투자자로 은행 지분에 좀 더 많이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국민연금 등 연기금에도 은행 소유를 허용해 국내 자본이 산업은행과 우리금융지주 등의 민영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한도를 현행 4%에서 10%, 15% 등으로 단계적으로 늘리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금융위는 금산분리 규제를 이처럼 일부 완화한 뒤 그 결과를 보고 추가로 풀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전 위원장은 "중장기적으로는 유럽연합(EU) 등 다수 국가에서 시행 중인 개별적 심사 및 감독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는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막는 현행 사전적 규제를 없애고 대신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사후 감독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산업자본이 펀드를 통해 은행 지분을 소유할 수 있는 한도를 확대한다는 방침을 갖고 구체적 허용 범위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kms123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