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다 마오(18.일본)의 체력과 트리플 악셀(공중 3회전반)은 부러워요.

하지만 정확한 점프와 표현력은 저만의 장점이죠"
2008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고관절 통증 속에 진통제 투혼을 벌이며 2년 연속 동메달의 영광을 차지한 김연아(18.군포 수리고)가 2007-2008 시즌을 마감하면서 느낀 소감과 평소의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김연아는 23일(한국시간)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실수를 몇 가지 했던 것은 아쉽지만 그렇다고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은 것은 아니다"며 "점수가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번 시즌을 치르면서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게 큰 수확"이라며 "지난 시즌에는 대회를 치르는 게 너무 힘들었지만 이번에는 쉽게 느껴졌다.

그동안 나만 이렇게 어렵게 했나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김연아-아사다 '우리는 친구'

김연아는 "대회를 끝내고 도핑을 기다리면서 아사다와 많은 얘기를 나눴다.

아사다가 지난달 고양에서 열렸던 4대륙 피겨선수권대회에서 불고기와 곰탕을 먹은 얘기도 해줬다"며 남다른 친밀감을 전했다.

그는 이어 "기자회견 때 내가 '아쉽다'고 말을 했더니 옆에 있던 아사다가 '맛있다'로 알아들어서 나보고 '오이시이(美味しい)?'라고 말해주기도 했다"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다면 김연아가 아사다에게 가장 부러운 점은 어떤 것일까.

김연아는 주저 없이 체력을 손꼽았다.

김연아는 "제일 부러운 것은 체력이다.

아사다가 체력이 모자라 연기를 제대로 못했던 적은 본적도 없다"며 "트리플 악셀도 부럽다.

일반 여자 선수들은 시도도 잘 못하는 기술인데 어릴 때부터 연습해서 꾸준히 기량을 유지하는 게 대단하다"고 칭찬했다.

그는 특히 "쿼드러플(공중 4회전)을 뛰는 남자 선수들도 트리플 악셀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며 "내가 지금부터 연습한다고 해도 못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연아는 또 "항간에 내가 트리플 악셀을 뛰었다는 소문도 돌았는데 절대 아니다"며 "그렇게 쉬운 거였으면 벌써 시도했을 것"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점프와 표현력은 '나의 힘'

김연아가 스스로 꼽는 최고의 장점은 점프의 정확성과 표현력이다.

김연아의 트리플 러츠 점프는 ISU 심판들 사이에 모범 답안으로 불릴 정도다.

김연아는 "점프의 정확성이 좋은 것 같다"며 "많은 분들이 연기력과 표현력에 대해 칭찬을 많이 해준다"고 쑥스러워했다.

그는 그러나 "아직까지 원숙미가 넘치는 점프는 아니지만 좋은 평가를 내려주는 것에 감사한다"며 "하지만 지금까지 스스로 아름답게 점프를 뛴다고 느껴본 적은 없다"고 겸손해했다.

김연아는 특히 "프로그램 많이 하다 보니 '이런 부분에서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나온다.

다른 선수들의 모습도 많이 보면서 배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첫 점프를 뛸 때 가장 긴장이 된다는 김연아는 "이번 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 트리플 루프 점프 대신 더블 악셀을 넣었다"며 "몸 상태를 고려하지 않았다면 아마 3등도 못했을 것이다.

쉬운 길을 놔두고 어렵게 갈 필요는 없었다"고 밝혔다.

◇미리 보는 2008-2009 시즌

이번 시즌 오페라 박쥐 서곡(쇼트프로그램)과 미스 사이공(프리스케이팅)으로 피겨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해준 김연아의 다음 시즌 '청사진'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김연아는 "아직 정확하게 생각한 것은 없다.

지금부터 음악을 많이 들어봐야 한다"고 대답했다.

그는 그러나 "지금까지 해왔던 프로그램의 음악들은 흔히 쓰이지 않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사람들이 잘 아는 음악을 하고 싶다"며 "발랄한 것도 괜찮지만 무게감 있는 음악이 더 좋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2년 앞둔 김연아는 특히 "지금 하고 있는 점프를 완벽하게 뛰는 게 중요하다"며 "새로운 점프 기술 없이도 지금까지 큰 무리 없이 해왔고 점수가 낮다거나 하는 문제는 없었다.

중요한 것은 실수를 줄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록산느 탱고 '베스트 오브 베스트'

김연아는 지금까지 해온 프로그램에서 '록산느의 탱고'와 '박쥐 서곡'을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았다.

김연아는 "지난해 쇼트프로그램이었던 '록산느의 탱고'는 의상도 그렇고 분위기도 차별화 돼 있다"며 "동작 하나에도 힘이 많이 들어갔다.

강한 음악을 해보니 표현력에도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솔직히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은 힘이 들어서 정이 가지 않는다"며 "팬들은 지난 시즌 종달새 비상을 많이 좋아해 주셨지만 너무 힘들어서 빨리 그만두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이밖에 김나영(18.연수여고)과 함께 대회를 치른 소감에 대해선 "세계선수권대회 첫 시즌인 만큼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며 "국내 선수들도 기술적인 면에서는 세계의 벽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예전에는 기술에 중점을 뒀지만 최근 회전과 연기력에도 신경을 많이 써서 수준이 많이 놀라간 것은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25일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김연아는 "당분간 휴식을 많이 취하면 부상이 회복될 것 같다.

앞으로 중간고사를 봐야 하지만 시험 걱정은 별로 안된다"며 웃었다.

(예테보리<스웨덴>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