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통합법의 내년 시행을 앞두고 선진국형 펀드판매 채널인 IFA(독립재무설계상담자)면허와 펀드슈퍼마켓 제도를 도입하려는 자산운용업계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자산운용사 대표들은 23일 제주도에서 열린 `2008년 춘계 자산운용사 사장단 세미나'에 참석해 펀드 판매 수수료를 낮추고 서비스 수준을 높이려면 IFA와 펀드슈퍼마켓을 도입해야 한다는 자산운용협회의 연구 보고서에 대해 대부분 공감했다.

IFA는 전문지식과 다양한 상품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투자자문과 펀드판매를 하는 개인사업가로 영국에서는 이들이 펀드판매에서 은행과 증권사를 제치고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이 파는 펀드가 전체 시장에서 47%(2006년 기준)에 달한다.

미국의 경우 고객수 15명, 자산규모 250만달러 조건을 충족하는 IFA는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등록돼 투자자문업과 펀드판매업을 할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투자자문에 따른 수수료를 받으려면 투자자문업 면허를 받아야 하는데 개인에게는 높은 자본금 요건 때문에 면허 발급이 쉽지 않은 형편이다.

자통법도 투자권유 대행업자 및 보험회사의 판매 자회사는 펀드구입을 권유만 할 수 있고 판매계약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명박정부가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방해하는 각종 규제를 철폐하거나 완화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는 상황에서 업계 대표들이 한 자리에 모여 기존 제도의 불합리성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증권사와 은행, 보험사 인가를 받아야 펀드를 판매할 수 있다는 등의 법적 제약은 자통법 시행령 마련 과정에서 크게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수의 보험설계사와 GA(보험사 독립법인대리점)가 이미 존재하고 있어 정부가 법개정 등을 통해 IFA제도를 도입할 경우 IFA는 싱가포르처럼 단기간에 급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2002년 자본시장 규제 완화를 통해 IFA가 개인투자자들에게 펀드를 직접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 결과 IFA의 펀드 판매 비중이 5% 수준으로 커졌고 특히 최근 신규 판매량의 30%를 IFA가 맡고 있다.

이번 세미나에서 또 다른 펀드판매 채널로 주목받은 펀드슈퍼마켓은 일반 슈퍼마켓처럼 고객이 하나의 장소에서 여러 종류의 펀드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일종의 플랫폼으로 자산운용사로부터 판매보수를 받아 운영된다.

펀드슈퍼마켓은 유럽과 미국, 싱가포르, 홍콩, 호주 등의 국가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으나 운영방법은 서로 차이가 있다.

2001년 설립된 영국의 대표적인 펀드슈퍼마켓인 코펀드는 펀드운용과 투자자문을 하지 않고 판매중개만 담당하며 75개 운용사들로부터 1천개 이상의 저렴하고 우수한 상품을 제공받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다른 펀드슈퍼마켓과 달리 일반투자자보다 FP(금융자산관리사)가 주요 고객인 점도 눈에 띈다.

유럽에서는 투자자들이 자문 없이 펀드를 구매하는 것을 꺼리는 투자문화를 반영한 조치다.

결국 일반인은 FP를 경유해 펀드슈퍼마켓에 접근하는 셈이다.

반면 미국 최대 펀드슈퍼마켓인 챨스스왑은 FP는 물론, 개인도 고객이며 상담기능까지 한다.

싱가포르 최초의 펀드슈퍼마켓인 iFAST는 일반 투자자와 IFA, 중소형 금융기관 판매원들에게 펀드를 판매한다.

개인 고객이 9만명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은행이나 증권사 등이 온라인으로 펀드를 판매하고 있고, e펀드몰 등 온라인 판매회사가 등장했으나 선진국과 같은 형태의 펀드 슈퍼마켓은 아직 없는 실정이다.

판매사들의 시장지배력이 큰 우리나라에서 펀드슈퍼마켓은 독립계 자산운용사 및 계열 판매사의 시장점유율이 높지 않은 자산운용사들의 판매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는 다양한 펀드유통경로가 마련되면 더 싸고 편리한 상품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비용이 줄어들고 펀드선택 상담의 충실도나 고객관리서비스, 펀드선택의 다양성이 훨씬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는 법개정 작업의 어려움과 이해당사자간 의견조율 실패 등으로 IFA 면허나 펀드슈퍼마켓 제도를 조기에 도입할 수 없다면 간접투자상품 취득권유인의 계약 대상 판매사를 1곳으로 제한하는 규정을 없애 여러 판매사와 계약할 수 있도록 하는 차선책이라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황대일 기자 had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