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 일부 자수…대규모 검거설도
달라이 라마, 시위 배후설 강력 반박

중국 정부가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달라이 라마 집단과 '생사를 건 투쟁'을 선언, 티베트가 다시 초긴장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는 시위대 투항 시한까지 자수한 인원이 105명에 불과하다고 밝히고 있지만, 곳곳에서 검거 선풍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한편 그러나 티베트 망명정부는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의 비폭력 중도노선과 이를 비판하는 급진 티베트청년회(藏靑會) 등의 갈등이 표면화하면서 '적전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 중국 '생사를 건 투쟁' 선언…英 총리 "중국, 대화 가능" 발언 주목 = 중국은 이번 유혈 폭력시위를 배후조종하고 있는 달라이 라마 집단과 '생사를 건 투쟁'을 벌일 것이라며 강경 진압 의지를 선언하고 나섰다.

장칭리(張慶黎) 중국 시짱자치구 당서기는 19일 원격 화상회의에서 "우리는 현재 달라이 라마 집단과 피비린내 나는 투쟁을 벌이고 있으며 적들과 생사를 건 투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장 당서기는 "우리가 일심으로 단결해 군중을 집결시키고 적들을 공격한다면 사회안정을 보장하고 분리주의 세력과의 전투에서 완전한 승리를 쟁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난 15일 시위대에 대해 자진 투항하라는 통첩을 보냈던 중국 당국이 조만간 제2호 포고령을 내릴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이처럼 시위대를 압박하는 중국 당국의 목소리가 잇따르면서 지난 10일 대규모 사망자 발생 이후 한동안 정적에 빠졌던 티베트에 다시 피바람이 불어 닥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터져나오고 있다.

현재 티베트 시위대가 대거 피신하고 있는 사원을 이중삼중으로 포위하고 있는 무장 경찰들이 사원에 대한 본격적인 공격에 나설 경우 대규모 인명 피해가 더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밖에 중국 당국이 쓰촨(四川)성 청두(成都), 간쑤(甘肅)성 마취(瑪曲), 칭하이(靑海)성 안둬(安多) 등 동조시위가 들불처럼 번졌던 라싸 인근 지역에도 대규모 병력을 증파했다는 목격자들의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다만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원자바오 총리의 말을 인용해 중국이 달라이 라마와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혀, 대화를 통한 극적인 사태 해결이 가능할 지 주목된다.

◇ 자수한 티베트 시위대 105명…집단 검거 소식도 = 중국 티베트자치구 정부는 18일 오후 11시(현지시간) 현재 이번 유혈 폭력시위에 참가했다가 경찰에 자수한 시위대는 모두 105명이라고 발표했다.

배마 치라인 중국 시짱(西藏)자치구 정부 부주석은 "경찰에 자수한 시위대는 폭행과 파괴, 약탈, 방화 가담자들"이라며 "투항자들 중의 일부는 약탈한 현금을 반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14일 라싸(拉薩) 시내 곳곳에서 시위에 참석한 수천명의 인원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중국 군경이 대대적인 검거 선풍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티베트 인권단체들은 중국 무장경찰들에 검거된 티베트 시위대 수백명이 고문을 당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이미 중국 당국에 무차별적인 검거에 나섰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BBC는 이날 중국 보안당국과 통하는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당국이 라싸에서 600여명의 승려들을 체포한 뒤 군(軍) 수송기를 이용해 인근 청두로 이동시켰다고 보도했다.

당국이 시위 가담자를 인근 지역으로 이동시키는 것으로 미뤄, 이미 라싸 교도소가 검거된 티베트인들로 초만원 상태에 이를 만큼 많은 인원이 이미 체포된 상태라는 것.
◇ 달라이 라마, '배후설' 반격…급진파 비판 고민은 여전 = 이런 가운데 중국 당국으로부터 티베트 사태의 배후라는 지목을 받았던 달라이 라마는 중국 정부의 주장을 거세게 반박하고 나섰다.

달라이 라마는 이날 성명을 통해 "중국이 나를 티베트 시위를 조종한 인물로 지목한 만큼 이 주장이 사실인지 여부를 믿을만한 기구에 맡겨 조사할 것을 제안한다"며 "물론 조사 주체에 중국 대표도 참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달라이 라마는 중국 정부가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티베트의 정체성이 끊임없이 공격받고 있다는 점에서 '문화적 학살'이 진행되고 있다며 이번 사태의 공을 중국에 돌렸고, "티베트의 독창적인 언어와 관습 그리고 전통이 사라지고 티베트에서 티베트인들이 소수자가 됐다"며 중국 정부의 동화정책을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반세기 동안 유지해온 중도노선과 비폭력 정책이 어떤 성과도 달성하지 못했다는 티베트 급진 세력들의 비판은 달라이 라마의 또 다른 고민거리다.

이날 달라이 라마가 무장투쟁 노선을 동원해서라도 티베트 독립 운동을 활성화해야 한다며 자신의 노선을 공개 비판했던 급진 티베트청년회 회원들을 면담한 것도 이런 고민을 반영한 대목이다.

◇ 교황 침묵 깨고 우려 표명…반(反) 중국 시위 지속 = 한편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티베트 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그 동안 팔짱을 끼고 있던 교황청이 입을 열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이날 티베트 사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중국 정부에 대화를 촉구했다.

교황은 "폭력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며 오히려 악화시킨다.

티베트 사태를 가슴 졸이며 지켜보고 있다"면서 "양측이 대화와 인내를 선택하기를 신께 기도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티베트 망명정부가 들어선 인도 히마찰프라데시주(州)에서는 하루 종일 반(反) 중국 시위가 이어졌다.

특히 망명정부측은 중국 정부가 티베트인들에게 무차별 발포를 했다면서 총탄에 맞은 시신의 사진 등을 증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또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는 망명정부 의회 소속 의원 전원이 단식 농성에 들어가기도 했다.

(베이징.청두.다람살라연합뉴스) 진병태 권영석 김상훈 특파원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