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비 급증으로 공제 여론 높아져
국세청, 기획재정부는 신중한 입장


주부 김모(43. 서울 하월곡동) 씨는 학원비로 매월 50만원을 지출한다.

다른 집보다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고 느끼지만 정작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명박 정부의 영어 공교육 강화 방침이 발표된 이후 영어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할 것 같아 학원비를 더 지출해야 할 상황이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학원 24시간 교습허용이 현실화된다면 학원비 부담은 더 늘 수밖에 없을 것 같아 밤잠을 제대로 못 이룬다.

학원비도 소득공제 대상에 들어가 연말정산 때 단 몇 푼이라도 돌려받았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18일 국세청 등에 따르면, 최근 학원비 부담이 급증하면서 초중고교생들의 학원비도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국세청에는 이런 민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학부모들은 영어 공교육 강화 방침도 결국은 사교육비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으로 경쟁에 뒤쳐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학원으로 보내 선행학습을 시킬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현행 세법은 방과후 학습관련 교재 등을 살 때만 소득공제 혜택을 주고 있다.

즉 학교 밖에서 이뤄지는 모든 사교육은 소득공제 대상이 되지 않는다.

다만 학원비를 신용카드로 지불하거나 현금 영수증을 받을 때에는 신용카드 공제나 현금영수증 공제 대상이 되지만 공제 폭은 그리 크지 않다.

학부모들은 학원비가 가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만큼 이번 기회에 아예 학원비 소득공제항목을 만들어 연말정산시 단 몇 푼이라도 되돌려 받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가계 빚 가운데 대부분은 주택 대출 및 학원비가 차지하고 있다.

주부 최모(44. 서울 성북구 돈암동) 씨는 "학원비가 소득공제 대상이 되면 되돌려받는 소득은 그리 크지 않더라도 사교육비에 휘둘리고 있는 가계로서는 그나마 위안이 될 것"이라며 "정부가 공교육 강화 방침을 천명하고 나선 만큼 학원비 소득공제 등을 통해 가계 부담을 줄여주고 사교육 거래 투명화를 이끄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학원비가 소득공제 대상이 되면 현금만 받는 학원들에 대한 신용카드 결제 압박이 커져 자연스럽게 세원 노출이 이뤄질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하지만 국세청 입장은 현재로서는 긍정적이지 않다.

학원비 소득공제가 오히려 학원비 부담의 증가는 물론 공교육 강화에 역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학원비를 소득공제하게 되면 현행 신용카드 소득공제와 중복 공제되는 측면이 없지 않다"며 "그러나 학원비 부담을 경감시켜 준다는 차원에서는 검토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국세청 또다른 관계자는 "학원비 소득공제를 요청하는 민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며 "학원수입 투명화와 가계 부담 경감 측면에서 신용카드 공제와 별도로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때"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세제실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학원비 소득공제 문제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자녀들의 사교육비는 근로소득자인 부모의 소득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경비 요인이 되지 않기 때문에 당장 소득공제 혜택을 부여하기가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경욱 편집위원 kyung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