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월가가 '신용위기'를 넘어 '부도공포'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베어스턴스가 유동성 위기에 몰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로부터 사실상의 구제금융을 받음에 따라 관심은 '다른 투자은행은 괜찮을까'로 급속히 옮겨가고 있다.


FRB의 잇단 금리인하와 유동성 공급 대책이 별 효과가 없다는 분석이 나오며 일각에선 금융회사 연쇄파산설도 제기된다.

베어스턴스가 유동성 위기에 빠진 주된 원인은 취약한 자산구조와 '잘못될지 모른다'는 입소문이다.

베어스턴스는 모기지연계증권 인수 규모가 2위에 달할 정도로 모기지 관련 사업에 주력해왔다.

이는 작년 4분기 창립 84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적자(8억5410만달러)를 내는 것으로 현실화됐다.

베어스턴스는 작년 4분기에만 19억달러의 자산을 상각했다.

245억달러의 자산을 상각한 메릴린치 등보다 상각규모는 작았지만 총자산이 적어 위험성은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자산상각 규모가 작다보니 추가로 상각할 자산이 많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했다.

이는 베어스턴스의 자금력에 문제가 생길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았다.

결국 10일 전부터 금융회사와 헤지펀드들이 거래를 중단하거나 예금을 인출하기 시작했다.

지난주 유동성 위기설에 봉착한 베어스턴스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위기설은 더욱 증폭됐다.

헤지펀드인 르네상스펀드를 비롯한 펀드들이 자금을 빼내면서 결국 베어스턴스는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유동성 위기설→자금인출(거래중단)→실제 유동성 위기'라는 악순환의 결과다.

1997년 외환위기를 당한 우리나라 상황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다른 투자은행들도 언제 유동성 위기에 빠질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베어스턴스가 FRB로부터 긴급자금을 지원받은 지난 14일 리먼브러더스가 40개 은행들로부터 20억달러의 크레디트라인(신용대출한도)을 설정했다고 발표한 것이 단적인 예다.

리먼브러더스는 모기지연계증권 규모가 1위다.

당연히 의구심은 우선 리먼브러더스에 쏠릴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는 월가에선 다른 대형 투자은행이나 금융회사가 쉽게 유동성 위기에 몰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아시아 국부펀드 등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한 데다 필요할 경우 FRB로부터 자금을 공급받을 수 있는 통로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돈을 뺄 경우 감당할 재간이 없다.

더욱이 베어스턴스의 유동성 위기로 신용공포감이 확산되고 있어 언제 어떤 금융회사가 유동성 위기에 봉착할지 모른다.

리서치업체인 스탠퍼드 그룹은 "200여개 미 중소형 은행이 파산할 우려가 있다"는 분석을 내놨으며 억만장자 투자자인 월버 로스는 "조만간 중대형 은행 중 파산 위기에 처한 곳이 나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금융회사들이 추가로 유동성 위기에 빠질지 여부는 이번 주에 예정된 1분기(작년 12월~올 2월) 실적발표가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베어스턴스는 조만간 매각절차를 밟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매수주체로는 JP모건과 헤지펀드인 시타델인베스트먼트 그룹 등이 꼽히고 있다.

베어스턴스는 국부펀드로부터 자금 조달 방안을 강구 중이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