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혜택 대신 위약금 덫

휴대전화 가입자의 민원 1순위였던 의무약정제가 9년만에 다시 도입된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달 26일 보조금 규제가 폐지되면 늦어도 상반기 안에는 일정 기간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는 조건으로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요금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의무약정제가 시행될 예정이다.

정부는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시행 1년 6개월만인 1999년 4월 폐지했던 이 제도를 보조금 자율화에 따른 시장 과열을 막는다는 취지에서 다시 꺼내들었다.

의무약정제를 이용하면 가입자는 단말기 보조금을 받고 요금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일부 이통업체는 의무약정제가 시행되면 가입자에게 혜택을 주는 쪽으로 요금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단말기 분실시 해지, 위약금 조항 등의 기준이 어떻게 마련되느냐에 따라 제도 자체가 가입자와 이통업체 간 분쟁의 뇌관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의무약정 가입자는 휴대전화를 잃어버리면 위약금을 물고 해지하거나 번호이동을 해야 한다.

해지하게 되면 기존 번호는 사용할 수 없게 되고 번호이동을 하게 되면 가입 기간에 따라 적용됐던 혜택도 사라진다.

통화 정지를 해놓고 의무 약정 기간을 채우는 방법도 있지만 이전에도 업체들은 통화 정지시 의무 약정 기간을 절반만 인정해주는 편법을 동원해 가입자들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번호를 유지하려고 직접 휴대전화를 구입해 기기변경을 하게 되면 보조금 없이 수십만 원을 지출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지난해 분실 휴대전화는 신고 건수 기준으로 150만대 가량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의무약정제가 도입되면 분실 후 해지에 따른 위약금 규모도 상당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저렴하게 휴대전화를 구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가입자에게 득이 되지만 휴대전화를 잃어버리거나 부득이하게 해지하려 할 때는 위약금을 물어야하고 기존 번호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은 손해인 셈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과거 문제점을 보완해 구체적인 시행 지침을 마련할 방침이지만 업체 간 이해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다 약관 신고만 하면 되기 때문에 정부가 규제하는 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SK텔레콤[017670]은 가입자 민원이 증가할 수 있어 굳이 도입할 필요는 없지만 도입되더라도 반대하지는 않겠다는 반응이고, 3세대 시장을 통해 만년 2위에서 탈출하려는 KTF[032390]는 적극 찬성하고 있다.

반면 가입자 유치에서 불리한 LG텔레콤[032640]은 의무약정제 보조금이 시장을 과열시킬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도 제도 자체가 문제였다기보다는 제도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분쟁이 많았다"며 "적절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면 당시와는 시장이 다를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mino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