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현 < 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 >

"아직도 아침에 세수를 하십니까."

"아직도 단독주택에 사십니까."

오래 전에 유행했던 '아직도' 시리즈 농담의 한 대목이다.

생활양식이 바뀌면서 아파트 주거문화가 확산되기 시작했고 이 바람에 아침에 세수가 아닌 샤워를 하게 된 것을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만일 지금 상황에서 '아직도' 시리즈에 하나를 첨가한다면 아마 "아직도 예금통장만 가지고 계십니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주지하다시피 최근 들어 불기 시작한 펀드 열풍은 엄청난 속도로 전 세계에 확산되고 있다.

바다 건너 홍콩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의 경제발전과 함께 부자들의 숫자가 날로 늘어나면서 이들의 자금이 상당 부분 홍콩으로 밀려들고 있고 이러한 움직임을 포함해 여러 요인이 작동하면서 잘 나가는 PB(프라이빗 뱅커)들은 우리 돈으로 약 3000억원에서 5000억원의 자금을 관리해 주고 있다.

그런데 펀드들 중에서 역시 화끈한 수익률을 올리는 펀드는 헤지펀드다.

공모펀드에 비해 덩치가 작고 발빠르게 움직이는 이들 헤지펀드는 고수익 고위험을 추구하면서 다양한 운용전략과 기술을 자랑한다.

그러나 헤지펀드에 고객자금 일부를 편입하려 해도 1만5000여개가 넘는 헤지펀드 중 어디에 자금을 투입할지 분석하려면 머리가 아파지는 상황이다.

결국 이를 해결해 줄 목적으로 헤지펀드에 대한 모태펀드회사(fund of hedge fund)들이 대거 출현하고 그 역할이 확대돼 가고 있다.

모태펀드회사들은 실력있는 전문가를 고용해 헤지펀드업계의 동향을 분석하고 인력의 이동이 잦은 업계의 인적 정보는 물론 회사별 펀드매니저별 실적을 다양한 방법으로 분석해놓고 있다.

이들이 유치한 자금은 자체 분석 결과 가장 우량하다고 판단되는 100여개 이내의 헤지펀드로 나누어 편입된다.

이들이 배분하는 자금을 받은 헤지펀드는 덩치가 큰 자금이니만큼 신경을 더 써서 관리하게 되므로 개인이 직접 자금을 편입하는 경우보다 우대받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들 모태펀드가 수익의 약 10% 이내를 성과급으로 받게 되므로 헤지펀드의 성과급이 보통 20% 수준임을 감안하면 돈을 맡긴 고객은 단순계산으로 약 30% 정도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게 되는 것이다.

비용이 더 들더라도 고객들은 모태펀드에게 돈을 위탁함으로써 고수익 고위험의 헤지펀드들 내에서 적정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움직임이 점점 더 활성화되고 있는 것이다.

마치 땅 많은 지주가 마름을 시켜 소작농을 관리하듯 거액 자산을 가진 고객은 PB에게 이를 위탁하고 PB는 이 자금의 일부를 모태펀드에 재위탁하고 모태펀드는 이를 다시 적정한 헤지펀드에 편입하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자금관리의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

이들 관련 당사자들은 모두 자산의 증식에 기여하면서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성과를 자금 주인과 공유하게 되고 결국 부의 분배와 일자리 창출이 달성되고 있다.

그뿐인가.

헤지펀드들의 자금 운용에 필요한 각종 백오피스와 주문시스템 등을 제공하고 적절한 수수료를 챙기는 프라임 브로커리지(prime brokerage) 업무도 투자은행들의 수익원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자금운용과 자산증식과정에서 나타나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스타일의 자산운용 생태계가 형성되고 발전될 경우 새로운 소득원과 고급스런 일자리가 창출된다.

자금운용을 포함,금융이 공학이 되고 기술이 되는 시대가 오고 있고 새로운 시스템은 계속 도입되고 있다.

우리도 조금 더 분발해야 한다.

속도를 더욱 내야 한다.

흐름을 주도하지는 못할망정 빨리 쫓아가기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바른금융재정포럼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