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71)이 시공능력평가 55위의 중견건설업체 성지건설을 전격 인수했다.

이에 따라 박 전 회장은 2005년 7월 두산그룹 회장에서 물러난 지 2년 7개월 만에 재계에 복귀하게 됐다.

성지건설은 최대주주인 김홍식 명예회장,김적성 회장 등이 보유한 주식 146만1111주(전체 지분의 24.4%)와 경영권을 730억5555만원(주당 5만원)에 박용오 전 회장에게 양도했다고 27일 공시했다.

성지건설 관계자는 "2대주주인 김적성 회장과 건설업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던 박 전 회장 간 경영권 인수를 위한 물밑 협상을 계속해 오다 김 회장이 건설업을 정리하기로 결단을 내리면서 인수에 합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결정이 회사의 자금난 등 경영문제 때문은 아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박 전 회장 측이 주주총회가 열리는 다음 달 21일 이전까지 경영권 인수를 위한 실무작업을 마무리한 뒤 새 경영진을 임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전 회장의 이번 성지건설 경영권 인수는 건설업에 대한 남다른 관심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그는 2005년 두산산업개발(현 두산건설) 대표이사 회장까지 올랐으나 같은 해 7월 이른바 두산그룹 '형제의 난' 당시 두산산업개발 경영권을 요구하다 큰 형인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의 반대에 부닥쳐 결국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재계는 박 전 회장이 이번 성지건설 인수를 계기로 본격적인 경영행보를 펼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특히 두산그룹 오너일가가 경영권을 갖고 있는 두산건설과 성지건설의 업역(토목 및 건축업)이 겹쳐 향후 이들 2개 업체 간 관계가 어떤 식으로 형성될지도 주목된다.

한편 성지건설은 1969년 설립된 중견 건설업체로 인천문학경기장,마포대교 교량확장,인천송도의 성지 리벨루스 아파트 등을 시공했으며 한때 서울 강남과 마포 등에서 이른바 '1세대 오피스텔'을 건립했었다.이 회사는 전통적으로 관공사 등 토목부문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아왔으며 자체 공사 비중이 높은 알짜 회사로 알려져 왔다.

다만 2006년의 경우 건축공사 1386억원,토목공사 491억원,자체공사 395억원의 매출실적을 올려 건축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난 상태다.실제로 성지건설은 서울 여의도 파크센터 오피스텔 및 오피스텔 내 메리어트 호텔을 시공하고,경기도 김포에서 아파트형 공장을 짓는 등 건축부문에서도 꾸준한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성지건설은 지난해부터 M&A설에 휩싸였으며 작년 5월에는 성지건설 대주주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온 G법무법인을 자문사로 선정,매각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최근에는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장하성펀드)가 지분 5.11%(30만6820주)를 보유하고 기업지배구조개선을 요구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정선/임도원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