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조성래 시집 '천국어 사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김용택 시집 '그때가 배고프지 않은 지금이었으면'
▲ 천국어 사전 = 조성래 지음.
"내가 나를 달래느라 아이스크림 하나 사주는 날이다 / 내가 나를 응원할 힘이 없는 날이다 / 내가 나를 / 슬퍼하기를 뚝 그친 날이다 나는 / 나의 밖에 내놓아졌다"(조성래 시 '기타노 블루'에서)
'기타노 블루'는 일본의 영화감독이자 배우인 기타노 다케시가 연출한 영화 특유의 서늘하고도 푸른 색감을 뜻하는 조어다.
2022년 문학사상을 통해 등단한 조성래 시인의 첫 시집 '천국어 사전'은 기타노 블루 같은 서늘한 비애와 처연한 상실감으로 가득한 시집이다.
가난, 고통, 결핍, 죽음 등을 가로지르며 써내려간 고단한 청춘의 비망록이다.
"라면 스프를 조금 남겨 두었다가 / 밥을 비벼주곤 하셨다는 네 부모의 이야기 // 그게 참 맛있다고 / 한번 그렇게 해서 먹어 보라고 권유하던 / 목소리가 떠올라서 // 수중에 삼천 원이 남은 오늘 / 마지막 남은 쌀을 솥에 부어 밥을 지었다"('우리는 가난한 시절'에서)
시인이 등단 당시 인터뷰에서 "시를 위해 허구의 내 모습을 만들지 않겠다"고 밝힌 것처럼, 그의 시들은 화려한 언어적 기교보다는 고단한 삶을 살아내며 체득한 경험과 깨달음의 총체다.
삶의 근원적 슬픔을 직시하며 질문하고 애도하는 시들은 때로는 읽는 것이 고통스러울 정도로 정직하다.
슬픔과 고뇌의 현실을 사는 시인은 오늘도 자신만의 '천국어 사전'의 페이지들을 묵묵히 채워 간다.
그에게 천국에서 쓰는 말은 곧 시일 것이고, '천국어 사전'은 '아직 쓰지 않은 시'의 동의어일 것이다.
"아직 누구에게도 건네 본 적 없는 말들이 / 나의 내부를 대부분 차지하고 있었고 / 그건 좀 따뜻했다 『천국어 사전』이 두툼해지면 기분이 좋다"('천국어 사전'에서)
타이피스트. 128쪽. ▲ 그때가 배고프지 않은 지금이었으면 = 김용택 지음.
'섬진강'의 시인 김용택이 모두가 가난했지만 함께 일하고 어울려 놀았던 '그때'의 고향 마을 사람들을 기억하며 고향과 거기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시집으로 엮었다.
자신이 나고 자란 전북 임실의 섬진강변 마을에서 여전히 살며 시를 쓰는 시인은 꾀꼬리가 앉아서 울다 날아간 강가의 느티나무를 바라보며 나무를 심은 서춘 할아버지를 생각하고, 봄이면 노랗게 피어나는 꽃을 보며 마르지 않는 시의 문장을 떠올린다.
시인이 사랑한 마을과 마을 사람들에 관한 67편의 시와 2편의 산문이 담겼다.
시인이 직접 찍은 자연과 마을의 사진도 실었다.
시인은 "자연이 하는 말을 알아들으며 같이 먹고 일하면서 노는, 마을 사람들의 일상이 일러주는 말을 나는 받아적었다.
시였다"고 썼다.
시집 맨 끝에 수록된 글 '그때가 배고프지 않은 지금이었으면'은 그대로 시집의 제목이 됐다.
"나도 어느 날 훌쩍 그들을 따라 갈 것이다.
그들이 저세상 어느 산골, 우리 마을 닮은 강가에 모여 마을을 만들어 살 것이다.
그랬으면 좋겠다.
나도 그 마을에 들어가 그때는 시 안 쓰고 그냥 얌쇠 양반처럼 해와 달이 시키는 대로 농사일 하면서 근면성실하게 살고 싶다.
"
마음산책. 160쪽.
/연합뉴스
"내가 나를 달래느라 아이스크림 하나 사주는 날이다 / 내가 나를 응원할 힘이 없는 날이다 / 내가 나를 / 슬퍼하기를 뚝 그친 날이다 나는 / 나의 밖에 내놓아졌다"(조성래 시 '기타노 블루'에서)
'기타노 블루'는 일본의 영화감독이자 배우인 기타노 다케시가 연출한 영화 특유의 서늘하고도 푸른 색감을 뜻하는 조어다.
2022년 문학사상을 통해 등단한 조성래 시인의 첫 시집 '천국어 사전'은 기타노 블루 같은 서늘한 비애와 처연한 상실감으로 가득한 시집이다.
가난, 고통, 결핍, 죽음 등을 가로지르며 써내려간 고단한 청춘의 비망록이다.
"라면 스프를 조금 남겨 두었다가 / 밥을 비벼주곤 하셨다는 네 부모의 이야기 // 그게 참 맛있다고 / 한번 그렇게 해서 먹어 보라고 권유하던 / 목소리가 떠올라서 // 수중에 삼천 원이 남은 오늘 / 마지막 남은 쌀을 솥에 부어 밥을 지었다"('우리는 가난한 시절'에서)
시인이 등단 당시 인터뷰에서 "시를 위해 허구의 내 모습을 만들지 않겠다"고 밝힌 것처럼, 그의 시들은 화려한 언어적 기교보다는 고단한 삶을 살아내며 체득한 경험과 깨달음의 총체다.
삶의 근원적 슬픔을 직시하며 질문하고 애도하는 시들은 때로는 읽는 것이 고통스러울 정도로 정직하다.
슬픔과 고뇌의 현실을 사는 시인은 오늘도 자신만의 '천국어 사전'의 페이지들을 묵묵히 채워 간다.
그에게 천국에서 쓰는 말은 곧 시일 것이고, '천국어 사전'은 '아직 쓰지 않은 시'의 동의어일 것이다.
"아직 누구에게도 건네 본 적 없는 말들이 / 나의 내부를 대부분 차지하고 있었고 / 그건 좀 따뜻했다 『천국어 사전』이 두툼해지면 기분이 좋다"('천국어 사전'에서)
타이피스트. 128쪽. ▲ 그때가 배고프지 않은 지금이었으면 = 김용택 지음.
'섬진강'의 시인 김용택이 모두가 가난했지만 함께 일하고 어울려 놀았던 '그때'의 고향 마을 사람들을 기억하며 고향과 거기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시집으로 엮었다.
자신이 나고 자란 전북 임실의 섬진강변 마을에서 여전히 살며 시를 쓰는 시인은 꾀꼬리가 앉아서 울다 날아간 강가의 느티나무를 바라보며 나무를 심은 서춘 할아버지를 생각하고, 봄이면 노랗게 피어나는 꽃을 보며 마르지 않는 시의 문장을 떠올린다.
시인이 사랑한 마을과 마을 사람들에 관한 67편의 시와 2편의 산문이 담겼다.
시인이 직접 찍은 자연과 마을의 사진도 실었다.
시인은 "자연이 하는 말을 알아들으며 같이 먹고 일하면서 노는, 마을 사람들의 일상이 일러주는 말을 나는 받아적었다.
시였다"고 썼다.
시집 맨 끝에 수록된 글 '그때가 배고프지 않은 지금이었으면'은 그대로 시집의 제목이 됐다.
"나도 어느 날 훌쩍 그들을 따라 갈 것이다.
그들이 저세상 어느 산골, 우리 마을 닮은 강가에 모여 마을을 만들어 살 것이다.
그랬으면 좋겠다.
나도 그 마을에 들어가 그때는 시 안 쓰고 그냥 얌쇠 양반처럼 해와 달이 시키는 대로 농사일 하면서 근면성실하게 살고 싶다.
"
마음산책. 160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