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미분양 주택이 지난해 말 현재 11만가구를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미분양주택에 잠긴 돈만 30조∼32조원으로 추정돼 건설업계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신혼부부와 서민층 실수요자들은 올 3월 이후 본격적으로 공급될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와 차기 정부가 하반기에 공급하겠다고 밝힌 '지분형 주택'을 기대하며 청약을 미루는 분위기여서 미분양물량은 더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울산 한 달 사이에 두 배 늘어

23일 지방자치단체들이 건설교통부에 보고한 미분양 주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11만4343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1995년(15만2313가구)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2006년 말(7만3772가구)에 비하면 55%(4만571가구)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10월 10만가구를 돌파한 미분양주택은 지난해 12월에는 1만3193가구 증가해 월간 기준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12월 말 현재 1만4589가구로 한 달 사이에 3747가구 증가했다.

파주에서 2708가구가 미분양된데 이어 △김포 1798가구 △이천 1268가구 △양주 1145가구 등의 미분양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은 9만9754가구로 한 달 사이에 10%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경남이 1만4857가구로 가장 많았고 △경기 1만3643가구 △충남 1만3017가구 △대구 1만2199가구 △부산 1만1511가구 등의 순이다.

울산은 지난해 12월에 공급된 아파트들이 대거 미분양돼 7672가구로 한 달 사이에 미분양 주택이 두 배로 늘었다.

주택 크기별로는 전용면적 60∼85㎡(18.1~25.7평) 이하 중.소형이 5만4990가구로 가장 많았다.

전용 85㎡ 초과는 5만3578가구,60㎡ 이하는 5775가구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에서는 전용 85㎡ 초과 주택의 미분양물량이 7797가구로 전체의 63.9%를 차지했고,울산도 61.4%가 전용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로 분석됐다.

◆수도권도 심각

수도권에서도 미분양 주택은 2006년 말(4724가구)에 비해 2배를 넘는 9865가구가 더 늘었다.

문제는 사정이 나아질 기미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 식사지구에 이어 올 들어 분양된 경기 고양 덕이지구에서도 상당한 미분양이 나와 경기지역의 미분양은 2만가구를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미분양으로 공사 현장에 물려있는 돈이 최소 30조∼3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업계가 숨기는 물량을 포함하면 실제 미분양은 공식 발표 물량의 두 배로 추정돼 미분양 해소 대책 마련이 시급한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에서는 우선적으로 전매제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최장 10년인 전매제한 기간만 완화해도 미분양 물량이 대폭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건설협회는 주택 전매제한 제도는 부동산 투기를 막기위해 도입한 만큼 미분양 주택에 대해서는 폐지 또는 최대 3년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건의하고 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