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23일 한국노총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역시 경제를 강조했다.

그는 노동자의 생산성 향상 노력과 노사 협력을 통해 어려운 경제 여건을 극복할 것을 당부했다.

이 당선인은 "새로운 노사문화를 만들겠다는 결심을 실천에 옮긴다면 한국의 노동문화는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세계 경제의 나쁜 환경 속에서 우리가 이길 수 있는 길은 노사가 힘을 합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가 힘을 합쳐야 치열한 경제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 당선인은 또 "중소기업이 300만개인데 어렵다고 한 사람씩만 내보내면 300만명이 일자리를 잃고,두 곳에서 한 명만 채용해도 150만명을 채용할 수 있다"며 "기업도 투명한 경영을 통해 노동자들로부터 신뢰받는 기업을 경영해야 하고,노동자들도 적어도 10~20% 생산성을 향상해야 한다.

그러면 원가가 10% 올라도 능히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서로 신뢰 속에서 조금씩 양보하고 희생하면서 국민들에게 꿈을 주도록 만들어 달라"고 밝힌 점은 노동계도 새 정부의 개혁에 적극 동참해 달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당선인은 대선 이후 재계나 사용자단체 방문에 주력하는 인상을 준 것이 마치 노동단체를 홀대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이 당선인은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friendlyㆍ기업친화적)라는 말에는 노사가 다 들어가 있다"며 "노동자 없는 기업인도 없고 기업인 없이는 노동자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한국노총과의) 정책연대에 서명한 이상 우리로서는 우리의 역할을 다하겠다"며 "하나 하나 합의해 가면서 굳건히 약속을 지키겠다"고 확언함으로써 노동정책의 급격한 변화는 없으리란 점을 시사했다.

이 당선인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새로운 정권이 열리는 이 즈음에 새로운 약속, 새로운 비전을 국민 앞에 보여줬으면 좋겠다"면서 "정치권,특히 한나라당이 여러분과 호흡을 맞추고 이해할 수 있는 여건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제시했다.

대통령 당선 후 경제 살리기를 화두로 내걸고 재계 및 사용자와의 만남에 주력했던 이 당선인이 처음으로 노동계를 찾아 현장의 어려움을 경청하고 정책 제안 등 다양한 의견을 교환함으로써 노동계 껴안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이용득 한노총 위원장은 "양대노총(한노총 민주노총)과 경총, 상공회의소 등 노사 주체 4자를 한 자리에 불러달라.여기서 노사 관계 발전을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는 말을 해주면 국민이 큰 기대를 할 것"이라며 정부 중심에서 노사 중심으로의 전환을 위한 4자 회동의 주선을 요청했다.

그는 또 "(이번 총선 때) 비례대표를 포함해 각 지역의 경쟁력 있는 후보를 추천할테니 좀 적극적으로 받아들여달라"고 두 가지를 당부했다.

이 당선인은 오는 29일에는 민주노총을 방문할 예정이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