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매출 비중이 50%를 넘지 않으면 시내 면세점 문을 닫게 하겠다는 관세청의 '보세판매장(면세점) 운영에 관한 고시' 개정안이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거쳐 22일 최종 확정됐다.규개위는 "시내면세점을 내국인보다는 외국인 위주로 운영해야 한다는 관세청의 방침에 동의한다"면서도 "외국인으로부터 매출의 절반 이상을 올리면 됐지,이용자 비중까지 외국인이 50%를 넘어야 한다는 규정은 너무 까탈스럽다"며 35%로 완화하는 조치를 내렸다.

규개위가 관세청에 대해 일정 부분 브레이크를 건 셈이다.하지만 면세점 업계는 "문제의 본질은 그대로 뒀다"며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무엇이 문제일까.

관세청의 논리는 간단하다.시내면세점은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 편의를 위해 설립된 것인데,내국인만 득실대면서(2006년 외국인 매출 비중 34.6%) 관광 증진 효과보다는 해외여행을 즐기는 일부 소비계층의 면세 통로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하지만 업계는 "외국인 관광객이 안 들어오는 건 정부가 앞장서서 풀어야 할 문제인데 엉뚱하게 시내면세점들에 화풀이를 하는 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내국인이 시내면세점에서 쇼핑할 수 없도록 할 경우 해외에 나가서 돈을 쓰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그만큼 외화가 더 유출되는 부작용을 빚을 것이라는 반론도 덧붙인다.

걱정스러운 건 면세점업계에서 '50% 룰'을 비껴나가기 위한 온갖 편법이 벌써부터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다.한 업계 관계자는 "바뀐 제도가 적용되는 2010년부턴 외국인 비중을 높이기 위해 할인율에서 내국인과 차등을 둔다거나 외국인 명의를 도용하는 등 편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그는 "50% 룰에 못 맞춰 문을 닫는 면세점이 생기면 결과적으로 외국인 편의를 도모한다는 취지에도 어긋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관세청은 작년 9월 연구 용역을 실시하면서 각계 의견을 청취했고,당장 실행하면 충격이 있을 것을 감안해 유예기한도 줬다고 강조한다.하지만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일 때마다 업계는 '대책'을 내놓았고,시장에서는 숱한 시행착오와 왜곡이 빚어져 왔음을 새겨볼 일이다.

박동휘 생활경제부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