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자금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21일 경기도 용인 소재 놀이공원인 에버랜드에 위치한 창고들을 압수수색해 대규모의 미술 작품들을 발견했다.

현장에서 발견된 작품들은 적게는 수천점에서 많게는 수만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수사진은 너무 분량이 많아 구체적인 압수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이날 발견된 미술품의 규모가 막대한 점에 비춰 유명 화가가 그린 고가 미술품들이 섞여 있을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최근 이 창고들이 공식적인 용도와 달리 고가의 미술품들을 보관하는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이날 오후 4시께 검사와 수사관 등 10여명을 현장에 보냈다.

이 창고들 중 상당수는 에버랜드 내 삼성화재 부설 맹인안내견 학교 뒤에 위치해 있으며 안내견이나 사고 구조견의 축사나 행사용 소모품 등을 보관하는 저장고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삼성측은 밝혔다.

특검팀은 비슷한 시각에 인근에 위치한 삼성화재 교통박물관 건물 내 일부 공간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 박물관은 삼성화재에서 운영하는 시설로, 현재 어린이들에게 교통질서 등을 교육하는 훈련원으로 쓰이고 있지만 개관 직전 해외 미술품 보관 창고로 활용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수사진은 이날 창고에서 수천 내지 수만점 정도로 추정되는 미술품들을 발견해 현장에 가지런히 정리해 놓고 있으며 규모가 워낙 큰 만큼 어떻게 압수해 올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특히 고가 미술품이 다량 포함됐을 가능성을 감안해 작품들에 대한 영상 촬영 가능 여부와 훼손 없이 압수하는 방안 등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량의 미술품들이 발견된 데 대해 삼성측은 해당 창고가 리움미술관 등에서 전시하고 남은 그림들 보관하는 장소였다고 특검팀에 해명해 온 것으로 알려져 향후 수사진의 구체적인 미술품 확인 결과가 주목된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오전 10시께 배호원(58) 삼성증권 사장을 이 회사 과장급 실무자 등과 함께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배 사장은 그룹 비서실에서 10년 간 재무 담당자로 일했으며 1992~2001년 삼성생명 경영지원 상무와 기획관리실장(전무), 부사장 등을 거친 뒤 2004년부터 삼성증권 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특검팀은 삼성증권이 그룹 내 차명계좌를 실질적으로 운용ㆍ관리했던 회사로 지목돼 온 점에 주목, 배 사장 등을 상대로 비자금 조성 여부와 계좌 개설ㆍ관리 실태를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안 희 이한승 기자 zoo@yna.co.kr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