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ㆍ경쟁만이 강한 프랑스 만든다"
'프랑스 병에는 규제 개혁과 경쟁이 약이다.'

프랑스 대통령 직속의 성장촉진위원회가 마련한 국가개혁안 보고서의 처방이다.

21일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 등에 따르면 성장촉진위원회는 새 정부 출범 후 검토해온 국가 개혁 방안을 집대성한 보고서 작성을 마무리하고 23일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자크 아탈리 위원장의 주도로 저성장과 고실업으로 대변되는 프랑스 병을 치료하기 위한 314개 개혁안을 담은 이 보고서는 '폐지' '완화' '자유화' 등의 단어로 가득차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아탈리 보고서는 △글로벌 성장에 동참 △경제주체의 활동과 이동 촉진 △정부 및 공공부문의 효율화 등을 프랑스 변화를 위한 3대 우선 과제로 정했다.

이를 위한 세부 방안으로 65세 정년 나이 제한 철폐,약국과 택시 등 허가제 업종의 전면 자유화,백화점 레스토랑 영화관 등의 가격 완전 자유화 등을 제안했다.

영업시간을 규제하고 있는 루아예-라파랭법을 폐지하는 내용도 담았다.
"개혁ㆍ경쟁만이 강한 프랑스 만든다"

이민자의 유입을 촉진하고 고용 허가를 완화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또 생태 신도시인 인구 5만명 규모의 '에코 폴리스'를 프랑스 전역에 10개 건설할 것을 제안하면서 한국의 송도 신도시를 모범적인 예로 언급해 관심을 모았다.

행정 부문의 개혁안으로 1790년대에 만들어진 행정단위 가운데 도(道ㆍ데파르트망)는 현 시대에는 맞지 않는 것이라고 보고 이를 점진적으로 폐지,광역도(레지옹)에 귀속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육 개혁도 도마 위에 올렸다.

대학 10여개를 선정해 대대적인 재원 지원에 나서고 초등학교 영어 교육을 확충하는 한편 교사의 능력평가제 등 혁신 방안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장촉진위원회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작년 8월 말 출범했다.

차기 대선이 예정된 2012년 봄까지 프랑스 성장률을 매년 1%포인트씩 높이고 실업률은 5%로 낮추는 한편 1만개의 회사를 설립한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액션 플랜을 수립하라는 특명이었다.

위원회는 출발부터 파격적이었다.

우파 정부의 개혁안을 짜는 위원회 수장 자리를 좌파 지식인 자크 아탈리에게 맡긴 것이다.

프랑스 병을 고치기 위해선 좌파든 우파든 가리지 않고 쓴다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실용정신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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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아탈리는…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석학 자크 아탈리는 '호모 노마드''미래의 물결' 등의 저서로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사회당의 고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의 특별보좌관을 맡았던 좌파 지식인이기도 하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초대 총재를 지내며 경제 전문가로서의 경력도 쌓았다.

그는 좌파 석학이면서도 우파인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직속의 '성장촉진위원회'를 맡아 국가 변혁의 길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