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 참.20대는 며칠 만에 1300g도 돌파한다는데 내 경우 딱 한번 900g을 넘고선 계속 700g 근처에서 맴돈다.그도 그럴 것이 구구단 답을 내는데도 한참 걸리고 더하기 빼기에 간단한 곱셈만 보태져도 계산이 안된다.금방 본 그림도 기억나지 않고 사다리 맞추기도 왜 그리 어려운지 계속 틀린다.

연습하면 나아진다지만 지금 상태론 1000g 넘기기가 힘들어 보인다.성인 남녀의 평균 뇌 무게(남자 1400g,여자 1250g)에 턱없이 못미친다는 얘기다.물론 여기서의 그램(g)은 뇌 무게가 아닌 뇌 활동지수고,700g대면 사용자 평균 정도로 그리 낮은 수치는 아니라 해도 기분은 좀 떨떠름하다.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 DS라이트(이하 닌텐도 DS)'의 '말랑말랑 두뇌교실'은 이렇게 나이 상관없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두뇌의 말랑말랑 정도는 논리,기억,계산,지각,분석 등 5개 부문으로 측정된다.'오 나누기 일'같은 쉽고 간단한 것부터 점차 난이도가 높아지는 문제 순으로 풀어가다 보면 자신이 어느 쪽에 취약한지도 드러난다.

점수(g)와 함께 등급과 적성이 표시되고 부족한 부분을 집중 훈련하는 스트레칭 프로그램도 곁들여져 있다.어린이 두뇌 발달은 물론 나이든 사람의 딱딱해진 뇌도 유연하게 해준다는 광고 덕일까.한국 발매 5개월 만에 엄청나게 팔리고 덕분에 게임기는 100만개 이상 판매됐다는 마당이다.

'말랑말랑 두뇌교실'은 물론 닌텐도 DS 대박의 또 다른 효자인 '매일매일 두뇌 트레이닝'또한 실제 효과는 알 길 없다.분명한 것은 닌텐도가 남녀노소 모두 가능한 쉽고 간단한 학습게임으로 청소년에 한정됐던 게임 인구를 중장년층까지 늘리고 경쟁사의 첨단기능 게임기도 제쳤다는 사실이다.

게임은 무조건 자극적 폭력적이어야 성공한다는 공식에서 벗어났음도 물론이다.'닌텐도 신화'는 '공식이란 변하지 않는 것'이라는 경직되고 권위주의적인 사고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뭐든 바꿀 수 있다고 믿는 말랑말랑한 두뇌에서 나왔을 것이다.발상의 전환은 딱딱하게 굳은 머리에선 결코 이뤄질 수 없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