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측이 핵심 공약인 '임기 중 연평균 7% 경제성장률 달성'을 '잠재성장률 7%를 위한 경제체질 개선'으로 궤도를 수정했다.

새 정부는 또 기업 관련 규제를 대폭 없애는 동시에 통신비와 기름값 등 서민들의 생활비도 서둘러 낮추기로 했다.

다만 이 당선인의 주요 공약인 법인세와 종부세 인하 등은 세수감소 등을 감안해 점진적으로 추진키로 하면서 경제정책들의 우선 순위가 정리됐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13일 삼청동 인수위 대회의실에서 이명박 당선인이 참석한 가운데 1차 국정과제 보고회의를 갖고 이러한 내용의 경제분야 52개 국정과제를 보고했다.

◇7% 성장 목표, 실질에서 잠재로 바꿔

인수위는 이날 보고에서 7% 성장과 관련해 "올해 성장 목표 6%와 5년 평균 잠재성장률 7%를 구분해 7% 성장 능력을 갖춘 경제체질로 탈바꿈하고 일자리 창출에 최대 역점을 두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건 '747'을 놓고 지속성장 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물가 불안 등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자 현실성을 반영해 재정비한 것이다.

이 당선인은 5년간 연평균 7%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면 10년 내 1인당 국민소득은 4만달러가 되고 10년 내 세계 7대 강국이 된다는 '747' 공약을 내걸었다.

새 정부가 7% 목표를 실질성장률에서 잠재성장률로 바꾼 것은 한발 물러섰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정부 주도가 아닌 시장 중심의 경제성장을 달성하겠다는 당선인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당선인은 이날 회의에서 "우리가 당면한 가장 큰 과제는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이를 위해 잠재적 성장률을 높이는 데 힘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인수위 고위 관계자는 "과거 정부는 재정을 투입하는 계획경제로 경제성장률 달성 목표를 내세웠지만 새정부는 규제완화 등 잠재성장력을 확충하는 역할만 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다른 인수위 고위 관계자도 "지난해 잠재성장률이 4%대 후반으로 이를 7%대로 끌어올리는 것이기 때문에 목표를 하향조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또 무리하게 7%라는 숫자에 얽매이면 물가상승이나 경상수지 적자가 우려되니까 부작용 없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진하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새 정부는 7%라는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기업투자 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 목표(연간 60만개)에 무게중심을 두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한국경제학회가 개최한 토론회에서 박원암 홍익대 교수는 "임기 초부터 7% 성장을 달성하려고 한다면 물가상승, 경상수지 및 재정수지 적자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7% 성장을 달성한다 하더라도 300만개의 일자리 창출 공약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LG경제연구원 송태정 연구위원은 "잠재성장률 7% 목표는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단기간 실질성장률 7%를 달성하는 것은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지만 잠재성장률을 올려놓으면 이후 정권에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새 정부는 일자리 창출에 대해서 보다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며 "규제혁신과 개방, 투자활성화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수석연구원도 "5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의 평균 잠재성장률이 7% 되려면 같은 기간 실질성장률도 7%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목표가 후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잠재성장률은 보다 펀더멘털적이고 장기적 개념인 만큼 앞으로 임기 안에 잠재성장률은 7% 정도가 됐으나 실질성장률은 경기 등의 요소 때문에 6% 정도가 나오더라도 양해해달라는 의미는 깔려있다고 볼 수는 있다"며 "이는 1~2년간 지속될지도 모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 경기적 불안요소를 감안할 때 오히려 솔직한 태도"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잠재성장률 7% 목표를 현재 시스템으로는 달성하기 어렵고, 경제규제 개혁 뿐 아니라 외환위기를 거치며 '보수적', '위험회피적'으로 바뀐 경제 제도나 경제 주체들의 행동 등이 함께 많이 바뀌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통신비.유류세 등 서민부담 경감책 우선 추진

인수위는 새 정부의 '경제살리기' 정책을 서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양도세와 통신비, 유류세 등을 우선 인하키로 했다.

인수위는 위축된 부동산 거래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1가구1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한 양도세를 낮추기로 하고,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 세법을 개정키로 했다.

양도세 인하에 따른 세수 경감 우려보다는 거래활성화 효과가 더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작년 한 해 주택거래 164만건 가운데 양도세를 낸 1가구1주택자 거래는 0.9%에 불과해 세수에 미치는 영향이 극히 적었다"고 설명했다.

또 양도세 인하에 따른 세수감소 추계 결과, 1가구1주택자로 20년을 보유한 경우 양도세를 80% 공제해주면 세수감소액은 1천10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공제 대상과 인하폭은 양도세 인하에 앞장서고 있는 여야와 협의를 거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수위는 시장 불안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도심 용적률 및 재개발.재건축 완화 공약과 연말께 부과되는 종합부동산세 완화는 앞으로 1년간 시장상황 추이를 살핀 뒤 천천히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 당선인은 "기본적으로 지금의 주택가격은 비싸며, 더 올라서는 안 된다"며 "건설업체도 손해가 없고, 가격도 떨어뜨릴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연구해 볼 것"을 주문했다.

휴대전화 요금 등 통신비는 이달 말까지 구체적인 인하방안이 마련될 예정이다.

인수위는 재판매 사업자의 시장 진입 완화와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등 민간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통신비 인하를 추진키로 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사업자 경쟁에 의한 통신료 인하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기본료와 가입비 인하에 대한 정부 개입을 적극 주장하고 있어, 인수위가 '피부에 와닿는' 인하책을 내놓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인수위는 고유가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들을 위해 유류세를 10% 인하하기로 했다.

유류세 인하는 법 개정 없이 탄력세율 내에서 추가로 인하하면 되기 때문에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는 특히 유류세를 낮추더라도 소비자 가격에 영향이 없는 경우를 막기 위해 주유소별 유가공개시스템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인수위는 또 교통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출퇴근길 고속도로 이용차량에 통행료 50%를 인하키로 했으며, 1천cc 미만의 경차에도 LPG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기업 규제 대폭 풀어..법인세는 점진적 인하

인수위는 조기 추진이 필요한 경제분야 과제로 우선 ▲산업은행 민영화.금산분리 완화.중소기업 금융제도 개선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지주회사 규제완화 ▲ 기업 상속 등 중소기업 관련 세제 등을 보고해 투자 활성화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이 당선인도 이날 회의에서 투자 활성화와 관련 "기업 활동에 대한 규제를 풀어주는 데 주력해야 한다, 그래서 기업들이 '아! 이 정도면 되겠다'고 생각할 정도의 여건을 만들어 줘야 투자가 실질적으로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또 인수위는 조기 추진 과제 중에서 산은 민영화와 금산분리 완화, 중소기업 금융제도 개선은 톱니바퀴처럼 물려 있는 사안인 만큼 패키지로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인수위는 산업은행을 자회사인 대우증권과 합친 '산은 금융지주'로 만들어 매각하고 매각 대금으로 산은의 정책금융을 담당하는 가칭 'KIF(코리아 인베스트먼트 펀드)'를 설립키로 했다.

또 인수위가 추정하는 산은 금융지주의 가치는 약 60조원으로 이를 매각하기 위해서는 연기금의 참여가 필수적이지만 현행 은행법령 등에 따라 참여가 제한된다.

아울러 인수위는 중소기업 지원방식도 과거 정부가 기술보증이나 신용보증을 통해 직접적으로 정책을 수행하는 것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 무역마찰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KIF를 통해 민간 투자은행과 함께 지원하는 '온 렌딩(전대)'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따라서 산은 민영화와 연기금과 중기 컨소시엄 등에 우선 은행소유를 허용하는 금산분리 완화, 중기 금융제도 개선이 함께 추진되는 것이다.

인수위는 또 기업에 대한 세제는 중기에 우선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추진키로 했다.

인수위는 중소기업의 가업 상속을 쉽게 하기 위해서 중기에 한해 가업 상속시 최대주주 보유주식에 대해 10~15% 할증과세를 유보하는 제도를 당초 2009년 말에서 추가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당선인은 법인세 인하와 관련 "금년 중 한꺼번에 5%를 낮추는 게 아니라 임기 중 5년 동안 점진적으로 5%를 낮춰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또 "일각에서 세수가 주는 것을 걱정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투자가 늘어나고 세원도 늘어나 저절로 해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법인세 인하 역시 이 당선인의 주요 공약이지만 5% 일괄 인하는 세수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인수위의 재정경제부와 국세청에 대한 업무보고 등에서 단계적 인하 추진 방안이 논의된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준억 강영두 기자 justdust@yna.co.krk02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