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북서부 신장 위구르자치주의 서쪽 끝자락에 있는 도시 푸얼거스.베이징에서 비행기로 우루무치를 경유해 5시간을 넘게 날아간 뒤 차를 타고 다시 1시간30분을 가야 겨우 도착하는 오지다.

중국의 여느 작은 도시처럼 몇 개 안 되는 건물이 고작일 줄 알았던 이곳은 생각과 전혀 다른 곳이었다.

카자흐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푸얼거스는 도시 전체가 트럭과 버스 그리고 중장비 차량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중국 세관 앞 큰 도로에는 물건을 가득 실은 대형 차량들이 카자흐스탄으로 넘어가기 위해 두 줄로 빽빽하게 꼬리를 물고 이어져 있었다.

족히 3~4㎞는 되는 것 같았다.

전날 도착한 뒤 영하 20도의 추위에도 트럭 안에서 새우잠을 자며 통관을 기다리고 있다는 한 카자흐스탄 무역상. 그는 유창한 중국어로 "카자흐스탄으로 넘어가는 차가 워낙 많아서 밤새 줄을 서지 않으면 안 된다"며 "중국의 물건이 싸고 좋아서 카자흐스탄으로 가져가면 잘 팔린다"고 말했다.

중국 세관 주변엔 수십명의 환전상이 손님을 부르고 있었다.

카자흐스탄 쪽 국경마을에선 위안화가 카자흐스탄 화폐처럼 사용된다고 한 환전상은 말했다.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14개 나라의 접경지대에는 푸얼거스와 같은 도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메이드인 차이나 상품은 밀물처럼 14개 나라로 쏟아져 들어간다.

'1대 14의 경제벨트'다.

이 벨트는 중국의 경제영토를 넓히는 전진기지나 다름없다.

중국과 이들 접경국가의 무역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게 이를 방증한다.

2002년 263억달러였던 14개국과의 무역액은 2005년 719억달러로 연 평균 39.8%씩 늘어났다.

변경무역은 올해도 급증 추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중국이 변경지역에 자유무역지대를 잇따라 설치하고 있기 때문이다.중국 남부 윈난성의 허커우시와 베트남의 라오카이시 일대는 올해부터 자유무역경제지대로 지정될 예정이다.

광시 장족자치구의 핑샹시도 베트남 북부에 국경경제협력특구를 설치할 계획이다.

2국 1구로 운영되는 특구에서는 관세 검역 등에 혜택이 주어지고 수출가공 물류 등이 통합 운용된다.

이를 위해 중국과 베트남은 윈난성 성도인 쿤밍에서 베트남의 라오까이를 잇는 8차선 고속도로를 건설 중이다.

태국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등 아세안 5개국의 접경지대를 묶은 경제벨트도 탄생할 조짐이다.

중국은 이들 국가와 메콩강유역 경제협력에 합의하고 1500㎞ 길이의 고속도로를 무상으로 건설하고 있다.

러시아와도 자유무역지대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헤이룽장성의 수이펀허와 러시아 포그라니츠사이에 10㎢ 규모의 자유무역지대를 만드는 데 양측이 합의했다.

최근 국경 무역 등을 통해 양국 간 교역이 급증하면서 중국의 대러시아 수출은 지난해까지 최근 6년간 7배,수입은 3배 이상 늘어났다.

중국은 러시아 및 북한과 접경지대인 지린성 훈춘에도 3국 간 자유무역지대를 건설할 계획이다.

이 계획은 동북 3성 중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낙후된 지린성의 핵심 개발 전략 중 하나다.

중앙아시아 5개국과는 신장위구르지역을 묶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이 변경무역지대의 경제벨트 건설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은 단순히 무역흑자를 노린 게 아니다.

이를 통해 낙후된 지역의 산업을 발전시킨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대표적인 게 우루무치에 올해 중 착공될 자동차 부품단지다.

중국정부가 설립하기로 한 이 단지에는 상하이자동차 등 중국의 각 자동차업체들이 2~3개 회사씩 연합해서 부품공장을 세우게 된다.

우루무치 화링국제자동차부품수출입센터 린정펑 총경리는 "자동차보급이 늘면서 자동차 부품의 수요도 증가하고 있는 중앙아시아 시장을 노리는 것"이라며 "중앙아시아 국가와의 무역이 산업발전으로 이어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중국정부는 변경무역을 지역 균형개발 차원에서 적극 장려하고 있다.

중국경제의 가장 큰 문제인 지역 간 불균형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변경무역을 적극 활용할 태세다.

또 생필품을 인접 국가에 파는 대신 이들 국가에서 석유 등을 수입,에너지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다양한 루트를 만드는 것도 변경무역을 장려하는 이유 중 하나다.

화링무역과 손잡고 우루무치에서 한국상품을 카자흐스탄에 파는 한국매장을 준비 중인 손기정 신장화링한국성 대표는 "한국기업들도 이젠 중국시장을 통한 제3국 무역을 적극 고려할 때"라며 "한국산 제품이 중국제품에 비해 경쟁력이 있는 만큼 수요 예측만 잘 한다면 큰 비즈니스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