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동산 시장은 침체를 면치 못했다.

주택 거래가 급감해 서울지역의 경우 거래 건수가 지난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고,강남권 등 이른바 '버블세븐' 집값은 일제히 하락했다.

세금부담이 커지고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집을 사려는 사람이 없어 거래가 끊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분양시장도 분양가상한제와 청약가점제 등이 새로 도입되면서 찬바람을 맞았다.

이런 와중에도 각종 규제에 따른 반사효과로 소형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은 가격이 크게 오르는 등 의외로 선전하기도 했다.

2007년 부동산시장을 '不.動.産' 이란 한자 뜻에 따라 정리해본다.


# 주택 거래시장 '꽁꽁'

매도자는 양도세 강화,매수자는 대출 규제 강화로 모두 부담을 느끼면서 주택 거래는 완전히 얼어붙었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올 11월까지 전국 아파트 거래 신고 건수는 38만6296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49만4976건)보다 21.9%나 줄었다.

서울은 4만7215건으로 54.9%나 급감했다.

특히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5612건)는 지난해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 건설업체 연쇄 도산

미분양 아파트가 급증하면서 건설업체들이 자금난을 못 견디고 줄도산했다.

지난 6월 '해피트리' 브랜드로 알려진 시공 능력 57위의 신일이 최종 부도 처리된 데 이어 KT건설(131위) 한승종합건설(167위) 세종건설(191위) 등 11월 말 현재 부도 업체 수는 지난해(106개)보다 많은 109개사에 이른다.

# 반값아파트 실험 실패

정부와 정치권이 집값을 잡겠다며 도입한 '반값 아파트'는 시장의 철저한 외면으로 사실상 실패했다.

지난 10월 첫 공급된 경기 군포시 부곡지구 주공아파트(804가구)는 3순위까지 0.15 대 1에 그쳤다.

분양가가 반값은커녕 주변 시세의 70~80% 수준으로 싸지 않은 데다 토지임대부 아파트는 토지임대료가 턱없이 비싸고 환매조건부는 전매제한기간(20년)이 너무 길어 실수요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 버블세븐 집값 하락

그동안 집값 상승을 주도해 왔던 버블세븐 지역은 약세가 뚜렷했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21일 현재 버블세븐 가운데 집값이 오른 곳은 평촌신도시밖에 없다.

그나마도 상승률은 0.05%에 불과했다.

서울 강북권이 10% 이상 오른 것과는 크게 대조된다.

또 작년에 36% 올랐던 강남구는 올해 1.31% 떨어졌고 서초구와 송파구도 1.02%와 3.18% 하락했다.

목동은 6.05%나 내려 하락폭이 가장 컸다.

# 소형아파트값 수직 상승

집값 하락과 거래 급감 속에서 소형 아파트는 예상밖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전용면적 60㎡(18평) 안팎의 소형 아파트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거의 전역에서 40% 이상 오르는 사례가 속출했다.

분양시장에서도 중.대형은 미분양에 허덕인 반면 같은 단지의 소형 아파트는 수십 대 1의 경쟁률을 보이는 등 인기가 높았다.

# 후끈 달아오른 경매시장

경매시장도 뜨거웠다.

경매 전문 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전국 주택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액)은 72.8%로 200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매시장 호황은 연립주택과 다세대 주택이 주도했다.

수도권 전역에 뉴타운 등 재개발 바람이 강했던 데다 대출 규제가 아파트보다 덜 엄격한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 오피스텔 찬밥서 효자로

그동안 공급 과잉 등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오피스텔의 몸값이 치솟은 것도 주목을 끌었다.

서울 강남 등 역세권에서는 월세가 연초보다 20% 가까이 올랐는 데도 빈 방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수익률도 연 8% 수준으로 치솟아 유망한 수익형 부동산으로 떠올랐다.

아파트보다 규제가 적은 데다 사무실 또는 신혼집으로 사용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어 오피스텔의 강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 펜트하우스도 인기

최고층에 지어지는 고가 펜트하우스도 높은 인기를 누렸다.

펜트하우스는 빼어난 조망권과 희소성,최고급 자재로 꾸며지는 인테리어 등을 앞세워 일반 아파트보다 훨씬 가격이 비싼데도 불티나게 팔렸다.

동탄신도시 하이페리온,송도국제도시 자이하버뷰 등은 분양가가 20억원 안팎이나 됐지만,1순위에서 마감됐다.

은평뉴타운에서도 133㎡(40평)형 펜트하우스는 4가구 모집에 208명이 신청,경쟁률이 52 대 1이나 됐다.

# 가점제로 청약제도 전환

청약가점제는 당초 2008년에 도입될 예정이었으나,올 9월부터 조기 시행됐다.

가점제는 부양가족 수가 많거나 무주택 기간이 긴 세대주에게 당첨 기회를 늘려주는 제도다.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은 분양 물량의 75%,85㎡ 초과 중.대형은 50%가 가점제로 분양되면서 청약패턴에 큰 변화를 몰고 왔다.

# 분양가상한제 전면 확대

분양가상한제가 지난 9월부터 모든 아파트로 확대돼 분양가 자율화 시대가 막을 내렸다.

정부는 분양가가 10~20% 정도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건설업계는 주택 품질 저하와 공급 위축이 우려된다며 여전히 반대가 심하다.

또 분양가가 내려가는 대신 전매제한 기간이 최장 10년으로 늘어나 유망 단지에만 수요가 몰리는 '청약쏠림'이 두드러지고 있다.

상한제를 피하려는 물량이 급증하면서 비수기인 연말에 분양이 몰리는 기현상도 빚어졌다.

# 민간아파트도 원가공개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 원가 공개도 9월부터 시작됐다.

수도권 및 분양가 상승 우려 지역의 아파트 분양 때 택지비 공사비 설계비 등 7개 항목의 검증을 받아야 하고 원가 내역을 밝혀야 한다.

이에 대해 건설업체들은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다며 반발하고,공급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어 중.장기적으로 아파트값이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 평 대신 ㎡ 사용 의무화

지난 7월부터 주택 토지 등의 면적을 표기할 때 평 대신 제곱미터(㎡) 사용이 의무화되면서 수요자들의 혼선이 컸다.이로 인해 분양가와 기존 집값을 '평당 얼마' 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불가능해지면서 '3.3㎡당 얼마',31~32평형 대신 '전용 85㎡ 주택' 등으로 표기가 복잡해졌다는 평가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