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戊子)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 화두는 누가 뭐라 해도 정권교체를 통한 새로운 변화다.

'민주개혁세력'이 집권했던 지난 10년 동안의 성과를 폄하해서도 안되지만,적어도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살림살이는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

10년 내내 귀가 아프게 들었던 소리가 "경기가 안 좋다"였다.

수출이 잘 되고 경제성장률도 4~5%를 유지했지만 실질 국민소득은 이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등 체감경기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국민들은 "경제를 꼭 살리겠습니다"라는 이명박 당선자의 구호에 표를 던졌다.

이 당선자는 "이명박이 대통령이 된 만큼 기업인이 투자할 수 있도록 경제환경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도 5년 전 취임할 당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5년간 정부가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여러 정책들을 내놓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기업인들의 마음을 열지 못했다.

기업들의 투자를 독려하긴 했으나 한편에선 대주주의 적은 지분을 문제삼았고,기업의 지배구조를 바꾸려 했다.

모험적인 기업가정신을 찾아보기가 어렵게 됐고 기업들은 공장을 풀가동할 뿐 새로운 설비를 갖추는데 주저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펴더라도 진심으로 시장참여자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효과를 낼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명박 대통령 그 자체로 투자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라는 말은 기대해볼 만하다.

이 당선자는 '7% 성장'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5년 전 노무현 대통령이 약속했던 성장률과 묘하게도 같다.

하지만 참여정부는 5년 내내 이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하는 동안에는 달라질 것이란 기대가 적지 않지만,7% 성장을 실제로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행스러운 것은 기업인들과 경제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을 보면 절반 이상이 투자가 상당히 늘어나고 경제가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당선자 측은 규제완화를 통한 투자촉진,인재 양성,연구개발(R&D) 강화 등을 통해 경제체질을 바꿔 성장잠재력 자체를 점프업(jump up)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장 경제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무리한 정책들을 동원하기 보다는 5년 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토대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새해에는 미국 경제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부실 사태로 인해 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자재 가격 상승,전 세계적인 물가 상승 등 대외 여건도 그리 녹록지 않다.

새 정부가 무리하지 않으면서 시장친화적이고 현실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일자리다.

청년 실업률이 여전히 7~8%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몇 년 째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곳곳에서 넘쳐난다.

어느 세대들보다 많이 배우고 영어도 잘 하고 국제적인 감각이 있는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참여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구호로 내걸었지만 매년 목표였던 일자리 30만개를 채우지 못한 적이 많았다.

이제는 투자의 모멘텀을 회복해야 한다.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서도,잠재성장률 확대를 위해서도,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투자가 필수적이다.

기업들이 맘 놓고 사업을 벌일 수 있도록 기업에 대한 규제가 대폭 풀려야 한다.

노사관계에서 엄정한 법질서를 정립해 나가는 것도 기업들에 활력을 불어넣고 외국 자본의 투자를 끌어내는 데 필수조건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비준을 시급히 마무리하고 유럽연합(EU)과의 FTA도 성사시켜야 한다.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전제로 개성공단 확대 등 남북 경제협력을 추진하는 것도 투자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최근 신규취업자 증가는 대부분 서비스업에서 일어나고 있다.

제조업 투자도 중요하지만 서비스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참여정부를 5년 내내 괴롭혔던 부동산 문제도 새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다.

최근 부동산 가격 급등세가 진정되고 있지만 대선 이후 일부 지역에서 집값이 꿈틀대고 있다.

이 당선자 측 인사들이 부동산 세제 완화를 자주 언급함에 따라 부동산 투기심리가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투기세력은 빈틈만 생기면 비집고 들어오려 한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새정부가 들어서면서 우리나라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대전환기를 맞이하는 게 모든 국민들의 기대일 것이다.

아무쪼록 새 정부가 이 같은 기대에 부응하는 진정한 '국민 성공시대'를 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