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올 들어 지난 11월까지 전 세계에 수출한 자동차는 180만대다.

총 판매 대수 240만대의 76%다.

올 들어 3분기까지 전체 매출 29조3590억원의 67.8%를 해외에서 올렸다.

현대차가 수출하는 국가는 190여개국에 달하며 딜러 수만 5600여개다.

뿐만 아니라 16개국에서 현지 법인을 운영 중이며 해외 연구개발(R&D) 시설도 7곳에 달한다.

1976년 독자 모델인 '포니'를 에콰도르에 첫 수출한 지 31년 만에 한 해 매출 31조원(2007년 예상)의 거대 자동차회사로 성장한 것이다.

현대차는 올해 환율 급락과 고유가 등으로 '빅3' 시장인 미국.서유럽.중국에서 최악의 위기를 맞아 고전했지만 원가 절감 등 체질 개선을 통해 이겨냈다.

신흥 시장에선 현대차 특유의 뚝심으로 작년에 이어 돌풍을 이어나갔다.



◆최악의 위기를 이겨내고…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현대차는 지난 7월 누적 판매 500만대를 돌파했다.

하지만 올해 미국시장 여건은 최악이었다.

고유가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등으로 산업 수요가 3% 감소했고 원.달러 환율도 약세였다.

이에 따라 올 들어 11월까지 미국 판매 대수는 총 42만대로 작년보다 0.6%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02년부터 작년까지 5년 동안 미국 시장 판매 증가율이 평균 5.7%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저조한 성적이다.

그러나 GM과 포드,크라이슬러 등 미국의 빅3가 대규모 적자 늪에 빠지는 등 최악의 경영 위기에 직면한 것과 비교하면 현대차는 선방한 편이다.

현대차는 올해의 위기를 반면교사로 삼아 미국시장 공략을 위한 '딜러 경쟁력 강화' 프로그램을 실행 중이다.

딜러들의 역량을 강화하지 않고서는 판매량을 늘리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790개 수준인 미국 내 딜러 수는 내년 말까지 820개로 늘어난다.

세계 2위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에서도 현대차는 올해 공급 과잉과 경쟁 격화로 커다란 어려움을 겪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판매 실적(24만5817대)이 전년보다 12.1% 줄어든 것.하지만 내년에는 베이징현대 2공장이 완공돼 가동에 들어가고 '중국형 아반떼'가 투입되는 만큼 기대를 걸고 있다.

중국형 아반떼는 중국인의 기호와 감성을 반영한 현지 맞춤형 모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2공장이 완공되면 중국에서 연 60만대 규모의 생산 설비를 갖추게 된다"면서 "내년에는 베이징 올림픽과 상하이 세계박람회가 예정돼 있어 현지 판매가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에서는 현대차의 첫 번째 전략 차종인 'i30'가 성공적으로 시판된 데다 동유럽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신성장 동력의 발판을 마련했다.

현대차는 최근 현지판매 조직을 재정비한 데 이어 시장을 서유럽과 중부유럽,동유럽으로 세분화해 지역별 맞춤 전략을 짜고 있다.

특히 2009년 체코 공장이 완공되면 현지 고객의 요구에 맞춘 차량들을 적기에 내놓을 수 있게 된다.

◆신흥 시장에선 돌풍 이어가

아프리카 중동 인도 중남미 등 신흥 시장에선 신바람 나는 한 해였다.

작년보다 20%를 훌쩍 뛰어넘는 판매 신장세를 달성했다.

현대차가 '상트로''겟츠' 등으로 현지 시장 점유율 2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인도에서는 지난 10월 시판한 현지 전략형 신차 'i10'이 인기 차종으로 급부상했다.

현대차는 내년 1월 연산 30만대 규모의 인도 제2공장(첸나이)을 완공,60만대 생산 체제를 갖추는 것을 계기로 인도를 전 세계 소형차 수출의 전진 기지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오일 머니'가 넘쳐나는 아프리카와 중동에서는 쏘나타 그랜저 싼타페 등 중·대형 차종의 판매가 크게 늘었다.

현대차는 매장을 고급화하고 현지 맞춤형 광고 확대로 내년에도 올해의 돌풍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역시 시장 점유율 1위인 러시아에선 내년 상반기 중 연 10만대 규모의 완성차 공장을 착공한다.

작년 200만대였던 시장 규모가 2011년 350만대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에 따른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성장 잠재력이 큰 신흥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제2의 성장 엔진으로 삼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