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아파트를 대표해왔던 서울 강남권 고가 주상복합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일반 아파트보다 집값 하락세가 뚜렷한 단지가 많고,신규 공급 물량의 미분양도 심각한 상황이다.

주상복합 아파트의 이 같은 부진은 주택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가운데 6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금융권 대출 규제 강화에다 그동안 실거래를 동반하지 않고 가격이 호가 위주로 급등했던 데 대한 반작용으로 풀이된다.


26일 부동산중개 업계에 따르면 서울의 대표적 주상복합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3차 228㎡(69평)형은 올해 초 33억원을 호가했지만 지금은 최대 6억원 떨어진 27억원대에도 매물이 나오는 형편이다.

소형인 115㎡(35평)형도 연초보다 2억~3억원 내렸다.

도곡동 A공인 관계자는 "타워팰리스는 주택 크기별로 급매물이 1~2건씩 나와 있지만 사겠다는 사람이 나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근의 일반 아파트인 대치동 동부센트레빌과 도곡동 도곡렉슬이 거래 부진 속에서도 호가가 떨어지지 않는 것과 크게 대조된다.

동부센트레빌 142㎡(43평)형은 호가가 22억~23억원,175㎡(53평)형은 28억~32억원,198㎡(60평)형은 32억~38억원 등으로 연초와 차이가 거의 없다.

부동산정보 업체인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서울 일반 아파트의 집값은 26일 현재 연초보다 0.58% 올랐지만,주상복합 상승률은 0.1%에 그쳤다.

고급 주상복합이 몰려 있는 분당신도시 정자동도 사정은 비슷해 규모가 큰 주택은 현재 호가가 연초보다 최고 4억원까지 하락했다.

청약 시장에서도 인기가 뚝 떨어졌다.

지난 9일 분양한 서울 하월곡동 코업스타클래스는 120가구 모집에 청약은 31건에 그쳐 거의 75%가 미분양됐다.

지난달 30일 청약을 시작한 서울 묵동자이(411가구)도 3순위까지 94명이 신청하는 데 그쳐 0.23 대 1의 저조한 경쟁률을 보였다.

기존 미분양 물량도 찾는 사람이 없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브라운스톤레전드(54가구)와 남산 조망권이 좋은 SK리더스뷰(233가구) 쌍용플래티넘(236가구)은 1년 가까이 미분양 상태다.

이 같은 주상복합의 인기 추락에는 주택대출 규제 강화가 큰 원인으로 꼽힌다.

대부분의 주상복합은 6억원을 넘어 은행에서 40%밖에 대출이 되지 않아 자금 마련에 부담이 크다.

김응경 스피드뱅크 팀장은 "주상복합은 사실 일반 아파트보다 주거 면에서 불편한 점이 많아 실거주용보다는 시세 차익을 겨냥한 투자용으로 선호돼 왔다"며 "요즘처럼 투자수익률이 낮을 것으로 보이는 침체기에는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희선 부동산114 전무는 "주상복합은 거래 없이 호가 위주로 시세가 급등한 측면이 커 가격 저지선이 쉽게 무너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업체들이 턱없이 높은 분양가로 공급했던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