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덕 금융감독위원장이 환율 급등,주가 급락 등 최근 금융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불안한 움직임을 '건전한 조정'으로 평가해 주목된다.

김 금감위원장은 22일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한국경제연구학회 정기학술대회 기조연설에서 "현재 국내 금융시장은 해외 요인으로 인한 영향과 그동안 다소 지나쳤던 쏠림현상이 건전한 조정을 받고 있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외국인의 주식 매도로 증시가 급락하고,원.달러 환율이 급등(원화 약세)하고,시장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금융감독 당국 수장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금융계의 반응은 두 가지로 엇갈리고 있다.

우선 "시장 참가자들에게 심리적 안정을 주기 위한 립서비스"라는 관측이다.

증시 한 관계자는 "주식 채권 환율 등 금융시장 전반의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수장으로서 할 수 있고,또 해야 하는 의례적인 멘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 위원장의 '건전한 조정'이란 발언에는 금융시장 불안양상에 대한 금융감독 당국의 '객관적인 진단'이 깔려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주식 시장에서 외국인들이 유동성 확보와 이익 실현을 위해 주식을 팔고 있지만 간접투자 문화 정착으로 개인과 기관이 펀드를 통해 주가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요 이머징마켓의 주가 움직임과 주가수익비율(PER) 등을 감안할 경우 한국 증시는 아직 상대적인 투자 유인이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0일 현재 2006년 말 대비 주가상승률은 중국 96%,인도 42%이며 한국은 32%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또 "올 들어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가 20조원에 이르지만 채권시장에서 거의 같은 규모의 순매수가 이뤄지고 있다"며 최근 외국인 움직임을 '셀 코리아(Sell Korea)'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환율 급등과 관련해서도 김 위원장은 "그간의 지나친 원화 절상 기대가 다소 완화되면서 조정을 받고 있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은행권의 자금조달 구조의 불안과 관련,"유동성 측면에서 원화 및 외화 모두 적정 수준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며 은행권의 자금난 우려를 일축했다.

일반은행의 원화유동성 비율은 현재 109.1%로 적정수준(100%)을 웃돌고 있으며 외화유동성 비율도 99.0%로 적정수준 85%를 상회하고 있다.

금감위원장의 이 같은 판단은 국내 금융시장의 혼란은 실물경제와 펀더멘털 악화에 따른 것이 아니라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에서 비롯된 것이며,한국만의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 전반에 문제라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그런데도 최근 시장금리가 급등하고 있는 것은 일차적인 책임이 은행에 있다고 보고,은행채 및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을 자제토록 할 계획이다.

임영록 재정경제부 차관은 이날 "시중금리의 지나친 변동을 축소하기 위해 은행들이 안정적인 자금조달과 운용구조를 갖춰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며 "자금운용 측면에서 과도한 외형경쟁을 자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또 이번 주가조정으로 시중 자금의 급격한 펀드쏠림 현상도 다소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