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은 이날 국회 법사위의 법안심사소위에서 특검법을 처리키로 합의했다는 소식에 "특검이든 검찰이든 수사 주체에 상관없이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는 공식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특검법 도입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경영공백이 장기화되는 등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아직 본회의 통과와 대통령의 법안공표 등 절차가 남아있는 것 아니냐"면서도 "특검법이 도입되면 사실상 내년 경영은 '올 스톱'될 수밖에 없는데…"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실제 이날 국회 법사위 소위에서 합의한 법안은 특검기간을 최장 180일로 잡았던 범여권의 당초 안보다는 완화됐지만,수사 범위를 광범위하게 설정했던 부분은 원안대로 통과됐다.

특검 수상대상에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건,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건 등에 이어 불법비자금 의혹 등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삼성은 이미 재판 결과가 나온 사건들까지 모두 다시 조사를 받아야 할 상황이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현재 나온 특검법안대로라면 이학수 전략기획실 실장 등 그룹 수뇌부는 물론 삼성전자 삼성SDS 등 그룹의 모든 계열사가 수사 대상"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회사 경영이 제대로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특검기간도 기본 60일에 이어 두 차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는데 그렇게 되면 내년 4월까지 특검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며 "특검이 시작되면 그룹 수뇌부와 계열사 경영진이 매일 불려다닐텐데 내년 경영계획은 어떻게 짜고 해외 투자 등 중요한 의사결정을 누가 내릴 수 있겠느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