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5차 협상에서 양측이 자동차 돼지고기 등 핵심 품목의 관세 철폐 시기에 대한 속내를 드러내며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했다.

지난 5월 협상이 시작된 이후 6개월여 만의 개별 품목에 대한 논의다.

한국과 EU는 2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사흘째 회의를 갖고 우리 측의 상품양허(개방) 재수정안과 EU 측에 대한 요구 사항을 묶은 패키지 안을 토대로 품목별 협상을 시작했다.

김한수 한국 수석대표는 이날 브리핑에서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상품양허 분야에서 속도를 낼 수 있는 돌파구가 마련됐다"고 밝혔다.

한국은 이번 협상에 앞서 개방폭을 확대한 상품양허 수정안과 함께 자동차 전기.전자 등의 관세 철폐 시기를 3년 또는 즉시로 단축해 줄 것을 EU 측에 제안한 바 있다.

EU 측의 공식 반응은 일단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특히 양측이 7년으로 잡은 자동차 관세 철폐 시기를 대폭 앞당기자는 우리 요구에 대해 EU 측이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향후 협상에서 양측이 한.미 FTA 수준(승용차 즉시 철폐)으로 자동차 시장을 개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농.축.수산물 분야에서는 돼지고기 개방 시기를 놓고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섰다.

우리 측은 이번 수정안에서도 EU 측의 관심 품목인 돼지고기 관세 철폐 시기를 10년 이상 장기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EU 측은 이에 대해 한.미 FTA 수준(냉장육 10년,냉동육 7년)으로 돼지고기 관세를 철폐해야 한다는 기존 요구를 되풀이했다.

양측이 이날 품목별 협상 개시에 합의했지만 자동차 비관세 장벽,원산지 기준 등 풀어야 할 난제가 많아 협상이 조기 타결로 이어질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브뤼셀=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