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송금이나 계좌이체 등 외국환 이체의 중개 업무를 외환은행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외국환 이체 중개는 금융시장의 핵심 인프라 중 하나인데 외국계가 대주주인 외환은행이 '싹쓸이'해서는 안 되며,이를 한국은행이나 국내 시중은행이 담당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외환은행이나 통화 당국인 한국은행은 국내에서의 외국환 이체 등은 상업적 베이스에서 시행되고 있는 업무이기 때문에 이 같은 주장이 무리라고 되받아치고 있다.


◆외국환 이체 어떻기에

현재 국내에서 달러를 송금하거나 계좌이체할 때는 외환은행과 국민은행 등 두 은행이 중개(결제)해 주고 있다.

예를 들어 A은행 서울역지점에서 B은행 제주지점으로 달러를 보낸다고 할 때,A은행이 외환은행이나 국민은행에 개설해 놓은 외국환거래계좌에서 외환은행이나 국민은행을 통해 B은행의 외국환거래계좌로 달러를 보내 B은행 제주지점과 거래하는 고객이 찾을 수 있도록 해 주고 있다.

이 같은 업무는 외환은행이 외국환거래 전문 은행으로 설립된 1967년부터 전담했으며 국민은행은 2001년부터 후발주자로 뛰어들었다.

국내에서 외국으로 달러를 보낼 때면 국내 은행이 외국의 유수 외국환거래은행(씨티 HSBC JP모건체이스 등)을 통하며,국내와 외국 간 이종통화 거래 땐 외환은행이나 국민은행을 거쳐 미국 CLS은행을 통해 차액이 결제된다.

신한은행은 CLS은행에 22일 주주로 참여,조만간 이 업무를 취급할 예정이다.

국내나 CLS은행을 통한 중개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외환은행이 각각 90% 안팎,국민은행이 10% 정도다.


◆무엇이 논란인가

신한은행 관계자는 "외국환 이체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외환은행이 사실상 외국계 은행이 됐기 때문에 더 이상 이 업무를 외환은행이 담당해선 안 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외환은행이 과거 국책은행이었을 때는 문제될 게 없지만 2003년 론스타펀드에 넘어갔고 다시 HSBC에 인수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국내 은행이나 기업의 정보가 유출될 수도 있다는게 신한은행의 주장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도 "주요 금융 인프라를 특정 은행이 독점해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아예 외국환 이체 결제 업무를 한국은행 혹은 금융결제원이 담당하거나 한국은행이 경쟁입찰을 통해 취급 은행을 결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한국은행 관계자는 "세계 주요 국가에서 외국환 이체 결제를 중앙은행이 맡고 있는 곳은 없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자국통화는 대부분이 국내에 있어 중앙은행이 이체 결제를 취급함으로써 관리하는 의미가 있지만 외국통화는 돈이 외국에 흩어져 있으며 상업 베이스에서 이체 결제 서비스가 생겨난 만큼 중앙은행이 개입하면 비효율성이 증대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은은 신한은행이나 우리은행이 이 업무를 하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시스템을 개발하고 고객을 모으면 된다는 입장이다.

국민은행처럼 투자해서 경쟁하라는 얘기다.

한편 외환은행은 중개 때 기업정보에 접근할 수 없다며 신한은행 주장은 사실 왜곡이라고 반발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